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남들은 '그 어려운 걸 한국 바이오벤처가 어떻게 해내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도 성공해본 적 없는 분야인 만큼 오히려 경쟁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11일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진행된 딜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 '기술적 사대주의'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리바이오는 국내 기업으로 유일하게 알츠하이머 치료제 글로벌 임상3상에 진입한 바이오 회사다. 2010년 설립 후 다중기전 약물개발에 최적화된 혁신적인 플랫폼 ARIDD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며 성장하고 있다.
애당초 아리바이오는 비만·항암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그들(글로벌 제약사)도 성공해 본 적 없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어야 승산이 있다고 보고 사업을 추진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남들이 추진해오던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에 기반한 단일기전 형태의 접근 방법이 아닌 '다중기전' 방법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은 뇌 속에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이 뇌세포를 파괴해 기억력 감퇴, 알츠하이머를 발병시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때문에 대다수 글로벌 제약사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단일 타킷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에 주력했다.
반면 아리바이오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신경세포를 보호함과 동시에 신경세포간의 시냅스 가소성을 확대하고 뇌혈류까지 증가시켜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끌어올리는 기전이다.
정 대표는 "처음 베타아밀로이드 기반 단일기전이 아닌 다중기전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를 시작할 때 주변에서 말들이 많았다"며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거나 다중기전이 말이 되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2021년부터 퇴행성뇌질환은 다중기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쌓이고 있다"며 "이제나마 우리가 시작했던 것들이 인정받는 것 같아서 내심 뿌듯함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리바이오가 최초의 다중기전 경구용 치매치료제로 개발 중인 AR1001은 강력한 PDE5 억제 작용으로 치매 진행 억제와 환자의 기억력 및 인지기능을 높인다. 임상2상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총 14개국에서 1150명을 대상으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진행 상황은 현재 8부능선을 넘어선 상태라고 정 대표는 귀띔했다.
안전성도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다. 앞선 임상2상에서 심각한 부작용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으며 임상 중단율도 다른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 중단율은 해당 임상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판단해볼 수 있는 평가요소다.
정 대표는 "통상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 시 30~50%의 임상 중단이 이뤄지는데 우리는 임상2상에서 15% 수준에 불과했다"며 "임상3상 역시 30%를 예상했지만 현재 10% 초반대로 잘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임상 3상은 내년 1분기께 종료될 예정이며, 임상 분석을 서둘러 내년 4분기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신청서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임상 종료 후 레캠비 등 차세대 알츠하이머 치료제와 '헤드 투 헤드(Head to Head)' 방식의 비교임상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헤드 투 헤드는 두 약물 간 효능·효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임상을 말한다. 이는 자사의 치료제가 기존 치료제보다 우월하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만 진행하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임상에서 성공하더라도 레캠비 등 차세대 치료제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며 "헤드 투 헤드 임상을 통해 우월성을 입증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리바이오는 FDA 허가신청 전 글로벌 기업들과의 판권계약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아리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독점 판매권 계약을 추진 중이다. 국내는 이미 삼진제약과 1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중국제약사와도 1조200억원의 중국 독점판매권 계약을 체결했다.
정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30여개의 글로벌 기업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으며 올해 중반부터 이들과의 파트너십 체결을 시작할 것"이라며 "현재 남미·중동 등의 지역에서 판권 계약을 추진 중에 있고 미국, 유럽 등 메이저 시장에서의 계약도 올해 내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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