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롯데면세점이 국내 면세업계 최초로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외형 축소를 감수하더라도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결정이다. 하지만 따이공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매출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중국 의존도가 낮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이달부터 따이공과의 거래를 완전히 종료했다. 따이공은 국내 면세점에서 대량 구매한 상품을 중국과 기타 지역에서 재판매하던 상인들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이후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의 감소로 생긴 공백을 메우며 국내 면세업계에서 큰 손으로 부상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코로나19) 이전까지 따이공은 국내 면세업계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매출 성장을 이끌며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잡았다. 롯데면세점은 따이공의 지원을 통해 2019년 6조10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3년(3조1640억원) 대비 두 배 이상의 성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급성장 과정에서 면세점이 따이공 유치를 위해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도 급증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따이공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율이 최대 50%까지 올라가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송객수수료는 30%대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따이공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대다수 면세업체는 따이공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롯데면세점이 선제적으로 따이공과의 거래를 단절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장 반응이다.
이번 결정은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유동성 개선 노력과 맞닿아 있다. 그룹 차원에서 매출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안정적인 경영구조를 구축하려는 전략이 반영된 셈이다.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과거의 볼륨 중심 성장보다는 이제 수익성 중심의 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이번 조치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면세점은 따이공과의 거래 중단으로 인한 매출 공백을 새로운 전략을 통해 메울 계획이다. 우선 국내에서는 개별 관광객(FIT)을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마케팅 부문과 운영혁신 부문을 신설하며 브랜드 상품 관리와 협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적극적인 해외 공략도 추진할 방침이다. 롯데면세점은 일본, 호주, 베트남 등 6개 국가에서 13개 매장을 운영하며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허브 공항인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는 지난해부터 19개 전 매장의 운영을 정상화하며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와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창이공항점은 향후 주류 라인업 강화와 브랜드 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역시 동경 긴자점을 재단장해 지난해 10월 그랜드 오픈했다. 8층은 캐릭터와 패션, 잡화 등 사후면세점 공간으로 9층은 화장품·향수와 주류 카테고리에 특화된 사전면세점으로 구성해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멜버른공항점과 브리즈번공항점의 사업권을 연이어 획득하며 이 지역의 1위 면세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브리즈번공항점은 현지 문화를 반영한 매장 구성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체험형 매장을 선보이며 2032년 브리즈번 하계올림픽을 겨냥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베트남에서는 다낭공항점을 시작으로 나트랑공항점, 하노이공항점, 다낭 시내점 등 총 4개 매장을 운영하며 동남아 면세시장에서 1위 사업자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베트남시장은 연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를 대비해 프로모션 강화와 안정적인 파트너십 구축에 집중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전략을 전환해 내실을 다지는 단계"라며 "국내에서는 관련 조직을 신설해 내외국인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고 해외에서는 국가별 특화전략을 통해 글로벌 관광객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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