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모기업 한국투자금융지주 등의 지원을 바탕으로 자기지본 몸집을 지속해서 불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IB(투자은행) 사업에 필요한 자금력을 확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사업도 키우려는 의도가 읽힌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한국투자증권의 3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27일 공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보통주 6000주가 새로 발행되며 신주 발행가는 주당 5000만원이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26일로 이날 납입이 끝났다. 이번에 발행된 신주는 1년 동안 전매 제한(보호예수) 조건이 적용돼 매매나 거래를 할 수 없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유상증자 목적을 운영자금 조달로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도 "2025년도 사업을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차원에서 이번 유상증자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투자증권은 계열사 지원을 기반으로 자기자본 규모를 빠르게 키워왔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증권은 2022년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한국밸류투자자산운용에서 쥐고 있던 카카오뱅크 지분을 사들인 뒤 매각분에 대한 배당금을 받아 자기자본을 늘렸다.

연이어 2023년 6월에는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그해 말 별도기준 자기자본 8조1387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8조원은 종합금융투자사가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준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 뒤에도 한국투자증권 자기자본은 꾸준히 증가해 2024년 3분기 말 8조8719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번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3000억원을 투입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9조원을 사실상 넘어서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증대에 힘쓰는 데는 IB(투자은행) 부문에서 우위를 지키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전부터 ECM(주식발행시장), DCM(채권발행시장), 부동산금융 등 IB 분야의 강자로 평가됐다.

이런 IB 사업에는 기본적으로 많은 돈이 투입되는 만큼 증권사가 자본을 많이 쥐고 있을수록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더불어 금융위원회가 IMA 자기자본 기준선을 끌어올리는 내용을 포함한 종투사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도 미리 대처할 수 있다. 

자기자본이 많으면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투자(PI)로 수익을 거둘 가능성도 더욱 높아진다. 자기자본투자는 증권사가 자체 자산을 직접 투자하고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대출이나 비상장사 지분투자, 부동산 등의 대체자산 매입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늘어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IB 사업 기반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더욱 낼 가능성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운영 중인 해외법인 및 해외사무소 11곳을 기반으로 글로벌 IB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2025년 1월1일부로 글로벌사업그룹 아래 아시아사업담당을 신설하기로 했다. PF그룹 PF2본부 산하에도 프로젝트금융담당을 만들어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기로 했다. 대체투자 조직 역시 글로벌 시장 입지 확대를 목표로 재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