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롯데그룹이 알짜 계열사이자 국내 1위 렌터카 사업자인 롯데렌탈 경영권을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로 넘긴다. 어피니티는 시세보다 3배 가까이 더 많은 웃돈을 주고 롯데렌탈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보다 앞서 어피니티로 SK렌터카를 매각한 SK네트웍스는 롯데렌탈 매각 소식이 다소 자존심이 상하는 결과로 받아들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액면 상으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쏠쏠하게 인정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공개매수로 투입한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제 거둬들인 수익이 기대 이하라는 이유에서다.
◆ 경영권 프리미엄 160% 훌쩍…EV/EBITDA 멀티플 4.8배 인정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기 보유 중인 롯데렌탈 합산 주식 61.2% 가운데 56.2%를 어피니티로 매각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매각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년 상반기 중 딜클로징(거래종결)할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렌탈 경영권 매각 딜 규모는 총 1억5729억원 상당이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주당 가치를 7만7115원으로 인정했는데, 이에 따른 총 기업가치는 약 2조8250억원이다. 최근 3개월(9월1~11월30일)간 롯데렌탈의 평균 종가 2만9786원을 158.9% 상회하는 금액이다.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10영업일 기준 평균 종가(3만7130원)보다는 107.7% 비싸다. 다만 여기에는 지난달 말 불거진 매각 이슈가 일시적인 주가 상승 재료가 된 영향이 일부 반영돼 있다.
기업 밸류에이션을 책정하는 방법으로는 ▲기업가치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멀티플(EV/EBITDA) ▲동종업계 주가수익비율(PER·현 주가/주당순이익) ▲동종업계 주가순자산비율(PBR·현 주가/주당 순자산가치) 등이 꼽힌다.
예컨대 롯데렌탈의 EV(시가총액+순차입금)는 어피니티가 평가한 시가총액에 지난해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3조7316억원)을 더한 약 6조5566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EBITDA는 1조3791억원이었으며, 이에 따른 멀티플은 약 4.8배다. 롯데렌탈의 PER은 약 33배이며, PBR은 2배로 집계됐다. 동종업계 평균 PER(0.2배)과 PBR(1.3배)을 크게 웃돈다.
◆ SK렌터카 판 SK네트웍스, 공개매수 등 지출…실제 프리미엄 30% 수준
눈길을 끄는 부분은 롯데렌탈을 인수하는 어피니티가 약 4개월 전 국내 2위 사업자인 SK렌터카 경영권을 취득했다는 점이다. 어피니티는 올 4월 SK렌터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8월 지분 취득을 완료했는데, 이번 롯데렌탈 인수전까지 마무리된다면 점유율 36.5%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단순하게는 어피니티가 SK렌터카의 몸값도 두둑하게 챙겨준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지분 100%를 넘기는 대신 82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어피니티는 SK렌터카 주당 가격을 1만7702원을 쳐줬으며, SK렌터카의 EV와 EBITDA는 각각 3조1936억원, EBITDA 6819억원이다. 그 결과 멀티플은 롯데렌탈과 유사한 4.7배로 나타났다. PER과 PBR도 각각 34배, 1.6배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를 100%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폐지 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현금을 지출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8~9월 1200억원을 들여 공개매수를 진행했고, SK렌터카 지분율을 종전 73%에서 92%까지 끌어올렸다. 또 올해 1월에는 SK렌터카가 보유한 자사주를 144억원에 매수했다. SK렌터카 경영권을 팔기 위한 사전 작업만으로 1344억원을 쓴 것이다.
SK네트웍스가 어피니티에서 받은 8200억원 중 1344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유입 현금은 6856억원으로 계산된다. 매각 당시 장부가액 7139억원보다 4% 더 높을 뿐이다. 나아가 해당 매각 대금으로 역산한 SK렌터카의 주당 가치는 16.4% 할인된 1만4800원이다. 멀티플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PER의 경우 28배로 하락한다.
SK렌터카의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1만3500원이었다. 주당 1만7702원으로 계산한 SK렌터카 경영권 프리미엄은 31%에 그친다. 1만4800원으로 계산할 경우 프리미엄은 20%에도 못 미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렌탈이 SK렌터카보다 더 높은 밸류를 받은 배경에는 업계 1위 타이틀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SK네트웍스는 공개매수로 SK렌터카 매각 시 수취할 프리미엄의 극대화를 노렸지만, 실효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