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엠코리아는 이날 22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철회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키웨스트글로벌자산운용을 대상으로 주당 2428원, 총 906만3954주를 발행해 220억원을 조달하려 했다.

하지만 이달 11일 키웨스트글로벌자산운용과의 주식 양수도 계약이 해지되면서 유상증자 역시 철회됐다. 최대주주인 강삼수 대표는 지난 7월22일 키웨스트글로벌자산운용과 본인 지분 전부(17.29%, 783만4416주)를 넘기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4350원, 총 341억원 규모였다. 

이후 잔금 납입일은 두 차례 미뤄졌고 세 번째 납입일인 12월11일이 도래했지만, 이번에도 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계약 해지됐다. 임시주총을 개최해 새 이사진을 선임하려던 안건도 줄줄이 부결됐다. 

딜 클로징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주가 영향으로 풀이된다. 양수도 계약 당일 기준 2830원이던 주가는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렸다. 최근 계엄 여파까지 겹치면서 이달 9일에는 52주 신저가(1551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년 새 45.2%나 급락한 것이다.

당초 계약을 맺었을 때보다 밸류가 떨어지면서 투자 매력도 감소와 투자심리 악화 탓에 딜 클로징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그 사이 이엠코리아의 주가가 많이 빠진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최대주주인 강삼수 이엠코리아 대표는 경영 의지를 상당 부분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건강 문제와 개인사가 겹치면서 이번에 본인 지분 전부를 내놓게 됐다. 자녀들에게 경영을 물려줄 상황도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딜은 무산됐으나 향후 새로운 원매자 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이엠코리아 관계자는 "현재로선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키웨스트글로벌자산운용 측은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34억원을 지급했다. 현재 양측은 이 자금의 반환 여부를 놓고 다투는 중으로도 알려졌다.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약금 반환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엠코리아는 방산부문 호조로 외형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K-2 전차, K-9 자주포, FA-50 등 K-방산 열풍을 주도하는 품목들에 주요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전체 매출 중 방산 비중이 50%를 넘는다. 

당초 이엠코리아 인수를 추진했던 키웨스트글로벌자산운용 측은 독일 방산기업인 라인메탈과 협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발칸포 등 근접방어무기체계(CIWS)와 관련해 이엠코리아와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었는데, 그만큼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이엠코리아의 예상 매출액은 1200억원으로 전년대비 17.4% 증가한 수준이다. 이엠코리아 관계자는 "방산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수주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올해 이상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철회로 유동성 부담은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월 발행한 제5회차 전환사채(CB)의 미상환 잔액이 현재 206억원 남아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이엠코리아의 유동비율은 70.1%다. 수익성 향상과 재무구조 개선, 주가 상승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6월 풋옵션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