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은행(IB)부문의 강자로 꼽히지만 자산관리(WM)부문의 경우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초고액자산가 대상의 자산관리 서비스 'GWM(글로벌 자산관리)'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
12일 한국투자증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이 취급하는 사업부문 5개의 수익 가운데 자산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8%로 집계됐다. 위탁매매(14.1%), 투자은행(17.8%), 자산운용(33.6%), 기타(29.7%)와 비교하면 비중이 가장 작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자산관리 수수료수익을 살펴봐도 ▲2019년 569억원 ▲2020년 569억원 ▲2021년 897억원 ▲2022년 645억원 ▲2023년 556억원 순으로 부침이 있다. 그나마 올해 3분기 누적 자산관리 수수료수익은 44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억원(3.9%) 증가했다.
그럼에도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몇 년 동안 수익다각화 차원에서 자산관리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 2년여 전부터 사업보고서에도 "자산관리부문은 당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초고액자산가 대상의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GWM전략담당 조직 역시 자산관리 사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이 조직은 2020년 9월 만들어졌으며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을 고객층으로 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GWM전략담당은 초고액자산가 고객 대상의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과 전문 컨설팅을 총괄한다"며 "사업, 부동산, 전문직 등 부의 원천에 따른 고객 니즈(필요)가 다양해지고 종합 컨설팅과 맞춤형 솔루션의 중요성도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GWM전략담당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상속과 증여 및 국제조세 등 각종 세무, 국내외 부동산 투자자문 등이다. 더불어 10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쥔 고객 가운데 일부를 선정해 맞춤형 컨설팅 등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초고액자산가 대상의 자산관리 시장규모가 빠르게 성장 중인 점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300억원 미만인 사람 수는 2023년 기준 44만8000명으로 집계돼 전년대비 3만2000명(7.7%) 증가했다.
현재 GWM전략담당 고객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조직은 세무사와 금융 전문가 등 소규모 인력으로 출발했다가 '패밀리오피스부'와 'GWM컨설팅부'로 나눠질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 4년여 동안 고객 수도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초고액자산가 대상의 자산관리 시장에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삼성증권, 자산관리 영업수익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 등 만만찮은 상대들이 존재한다. 시장 성장에 주목한 다른 증권사들도 경쟁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경쟁 심화에 대응해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은행부문의 강점을 GWM전략담당 서비스에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인수 및 주선 수수료수익 기준 증권업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투자은행부문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을 살려 한국투자증권은 초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은행부문과 관련된 딜 소싱(거래 주선), 기업 경영에 필요한 세무·법률 이슈 자문, 기업 네트워크 활용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박재현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도 11월 GWM전략담당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고객을 대상으로 열린 '패밀리오피스 콘퍼런스 데이' 행사에서 "투자은행 강점을 살려 가업 운영 및 승계 전반에 대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사마다 초고액자산가 고객 사업을 강화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자산관리 영업에 강점을 지닌 회사로서 우리만의 고도화된 전략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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