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지난 3일 선포된 비상계엄령이 발동 6시간 만에 해제된 가운데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는 이날 오전 예정되어 있던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MBK는 전날 오후에 기자 100여명 규모의 기자간담회를 공지했다.
이번 간담회는 김광일 MBK 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했다. 하지만 전날 있었던 비상계엄령 사태로 정‧재계가 혼란을 겪자 기자간담회를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MBK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서 거버넌스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당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원아시아파트너스 등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는 점을 비판하며 "기존에 잘하던 고려아연을 거버넌스 개혁을 통해 더 잘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MBK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이 이뤄진 고려아연 이사회 구조를 비판하면서 '집행임원제' 도입 계획을 밝혔다. 고려아연 주주 구성을 고려해 이사회와 집행임원을 분리하는 집행임원제를 실시해야 무너진 거버넌스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MBK는 이날 예정된 기자간담회에서 집행임원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도입 계획 등을 설명하려 했지만 시장 혼란을 감안해 일정을 순연했다.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NDA)을 어겼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도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언론은 MBK가 2년 전 고려아연과 NDA를 맺고 고려아연의 신사업과 관련된 내부 자료를 넘겨받았고 이를 활용해 적대적 M&A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MBK는 영풍과 함께 공개매수를 진행한 '바이아웃' 부문과 2년 전 투자제안을 받은 '스페셜 시튜에이션스'는 다른 부서이며 관련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당시 자료는 컨설팅사 BCG가 개발한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설명서라는 점, 고려아연 홈페이지와 IR 자료에 이미 공개한 내용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는 내부 부서 간 소통이 없었다는 설명으로는 해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날 언론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NDA 파기 의혹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간담회 일정이 순연되면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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