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현대로템이 올해 들어 차입금 의존도를 10% 이하로 낮추는 등 재무 체력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수천억원대 적자를 내 현대차그룹 '재무열등생'으로 낙인 찍혔던 전력이 있는 만큼 재무건정성 관리의 고삐를 조이는 모습이다.
12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차입금 의존도는 7%로 전년 동기 대비 7%포인트(p) 감소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기업이 보유한 총 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통상 30% 이하면 재무 포트폴리오가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5년 전 차입 의존도가 30%를 훌쩍 넘어섰던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현대로템 차입 의존도는 2019년만 해도 36%로 위험 수준에 놓여 있었다. 이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0% 안팎을 맴돌다 지난해 11%로 눈에 띄게 줄었다.
현대로템 순차입금 규모도 마이너스 흐름을 나타내며 재무건정성 지표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올 3분기 현대로템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305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차입금은 총 차입금에서 기업의 현금성 자산을 차감한 금액을 가리킨다. 순차입 마이너스는 기업이 가진 현금 자산이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보다 많은 상태를 의미한다.
현대로템은 견고해진 재무체력을 바탕으로 채무 상환에 나서며 재무구조 개선에 무게를 싣고 있다. 3분기 기준 현대로템 차입금(3346억원) 규모도 1년 전보다 52% 축소됐다. 현대로템 차입금 규모는 최근 4년 간 1조원 초중반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5814억원으로 크게 감소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2021년까지 마이너스를 찍다 올 3분기 말 5683억원까지 축적돼 상환 여력을 키웠다.
디펜스솔루션을 필두로 사업 호조에 힘입어 현대로템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하는 모습이다. 특히 2022년 현대로템이 폴란드 군비청과 체결한 'K2' 전차 1000대 공급 계약이 호실적 요소로 꼽힌다. 현대로템 사업구조는 크게 ▲디펜스솔루션(방산) ▲레일솔루션(철도) ▲에코플랜트(친환경)로 구분된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현대로템이 2022~2023년 폴란드 군비청으로부터 계약금 30% 수취한 효과가 지난해 말부터 연결 기준 차입 지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단기적으로 폴란드 K2 전차 대금 수취 지급 일정 등에 따른 운전자본과 순차입금 변동 요인은 존재하나 재무안정성은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로템은 2020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던 것을 계기로 특히나 재무관리에 신경 쓰는 분위기다. 철도 시장 내 저가 수주 경쟁이 심화한 탓에 2018년과 2019년 매해 2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경영 위기에 봉착했던 탓이다. 이로 인해 한동안 현대로템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아픈손가락'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야 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차입금을 상환해나가며 순차입 감소 기조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로템은 1999년 정부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현대정공·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 철도차량 사업부문이 통합 출범하면서 설립됐다. 2001년 현대자동차 계열사로 편입된 직후 현대모비스로부터 방산·플랜트 부문을 양수 받았다. 현재 현대로템 최대주주로는 현대자동차(지분율 33.77%)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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