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국내 상장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미국 증시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케이뱅크의 상장이 좌절되며 인터넷전문은행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데다 공모가 산정 부담과 IPO 시장 위축 등의 어려움이 토스의 해외 상장 결정을 앞당긴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은행들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높은 상장 주관비용이 과제로 지적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최근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국내 상장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년 안에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갑작스럽게 방향을 선회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최근 상장에 도전했던 케이뱅크의 부진이 토스의 해외 상장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16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케이뱅크가 흥행에 참패하며 상장절차를 잠정 중단한 까닭이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는 케이뱅크의 희망 공모가 밴드(9500~1만2000원) 하단 이하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요예측 참여율 역시 저조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상장절차를 전면 중단한 뒤, 공모구조를 변경해 상장 예비심사의 효력이 만료되는 내년 1월 내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토스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토스는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와 달리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제공하는 '원앱(One App)'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내 상장을 추진할 경우 경쟁사들의 낮은 밸류에이션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특히 지난 2022년 마지막으로 진행된 시리즈G 투자에서 기업가치를 약 9조원으로 평가받은 만큼, IPO시 이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야 해 부담이 더욱 커진다. 공모주 펀드 설정액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IPO 시장에서 10조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가진 기업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토스의 해외 상장이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탁증서(ADR) 형태이긴 하지만 KB금융지주,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이 현재 미국 뉴욕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다.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과 네이버웹툰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각각 50조원,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은행들의 낮은 PBR이 토스의 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뉴욕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도이치뱅크(DB), HSBC, 바클레이즈(Barclays)등의 PBR은 모두 1배 미만으로 형성돼 있다. 미국 주식 통계 사이트인 컴패니스마켓캡(Companiesmarketcap)에 따르면 이들의 올해 10월 기준 PBR은 각각 0.39, 0.88, 0.48배다. 케이뱅크가 제시한 2.56배의 PBR은 물론 이날 기준 카카오뱅크의 PBR인 1.63배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높은 주관비용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쿠팡은 지난 2021년 IPO 당시 골드만삭스, JP모건, 앨런앤컴퍼니 등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진행했는데, 주관비용으로 2000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웹툰 역시 상장 비용으로 수백억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5월 약 3조7000억원의 몸값을 평가받았던 HD현대마린의 주관사단이 총 60억원 규모의 주관수수료를 챙겼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차이다.
하지만 토스는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은행서비스 외에 투자, 보험, 결제 부문의 매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속회사 중 하나인 토스증권의 매출은 지난 2022년 1241억원으로 전체 중 11%를 차지했는데, 2023년 2010억원(14.7%), 올해 상반기 기준 1746억원(19.1%)으로 점차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소파이(SOFI), 어펌(AFRM) 등 미국 증시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핀테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업계에서 토스가 10조 밸류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등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왔던 게 사실"이라며 "해외 상장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순 있겠지만, 빠른 시간 내에 상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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