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하이트진로그룹이 계열사인 서영이앤티를 주축으로 뷰티사업 진출에 나선다. 최근 주류업계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K뷰티 열풍이 이어지면서 사업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를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에 계열사를 통해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기업인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영이앤티는 가공식품 도소매업 및 맥주 냉각기를 제조하는 종합식품기업이다. 그 동안 식품과 생맥주 기자재 관련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심화되는 경쟁 환경 등으로 인해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실제 서영이앤티의 매출액은 작년 1022억원으로 전년 1092억원 대비 6.4%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은 74억원에서 순손실 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에 서영이앤티는 실적 개선의 돌파구로 뷰티사업을 낙점하고 이달 17일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하며 신사업 확장에 나섰다. 서영이앤티는 비앤비코리아가 자체 연구개발 역량과 브랜딩 노하우를 가진 ODM기업인 만큼 성장가능성을 높게 점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비앤비코리아는 달바·메디큐브·더마팩토리 등 100여개의 유명 뷰티 파트너사를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R&D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비앤비코리아는 견조한 실적 역시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21년 234억원 ▲2022년 329억원 ▲2023년 442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15억원→46억원→70억원으로 3년 사이 4배 이상 확대됐다. 

나아가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음료'와 '진로소주'도 이달 21일 신기술사업투자조합 '티피에스비피뷰티제1호'를 설립하고 지분 57.12%, 38.1%를 각각 투자했다. 총 투자금액은 250억원에 달한다. 계열사들의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설립은 그룹 차원에서 뷰티사업을 위한 우회투자의 방편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최근 뷰티업계에 진출하는 이종사업군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뚜렷한 차별화 전략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와인전문매장을 운영 중인 신세계L&B는 '와인앤모어 뷰티' 상표를 출원했고, GS25·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업계에서도 각각 화장품브랜드들과 협업해 뷰티업계로 발을 뻗고 있다. 그 외 다이소와 무신사 등 국내 다양한 기업들이 뷰티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서영이앤티의 경우 이종사업에 새롭게 진출하는 만큼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이에 뷰티시장 포트폴리오 경험이 많은 운용사와 컨택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비앤비코리아 인수에 재무적투자자(FI)로 함께한 더터닝포인트는 뷰티시장에 경험이 많은 사모펀드운용사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하이트진로그룹이 더터닝포인트와 협업해 향후 신규 브랜드 출시까지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하이트진로그룹 관계자는 "아직 투자거래가 종결되기 전이라 뷰티사업의 향후 운영 방안과 마케팅 등에 대해선 답변하기 어렵다"며 "재무적투자자들에게 좋은 제안이 들어와 검토를 했고 투자가치가 충분하다 판단해 진행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