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오뚜기가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영상 불확실성이 증가하자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왔던 재무전략을 전면 수정한 셈이다. 특히 차입금 상환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 2년 사이 약 15%포인트(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오뚜기가 사업 확대로 인한 설비투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온다.
오뚜기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2년 말 83.30%에서 올해 상반기 말 68.43%로 14.87%포인트(p)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이 회사의 부채총계가 1조6222억원에서 1조4567억원으로 10.2% 줄고, 자본총계는 1조9475억원에서 2조1289억원으로 9.3%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증권업계에서는 오뚜기의 재무건전성이 개선세가 이어져 올해 말 부채비율을 46.77%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란 전망들도 나온다.
이처럼 오뚜기가 재무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큰 폭으로 증가한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있다. 이 회사의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1년 1497억원→2022년 933억원→2023년 4108억원→올해 상반기 1892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뚜기가 지난해 매출 3조4545억원, 영업이익 2549억원의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현금창출력이 강화된 영향이다.
실제 오뚜기는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차입금 상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해 장·단기 차입금 상환에만 1633억원이라는 금액을 사용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차입금을 163억원 줄였다. 이에 따라 오뚜기의 차입금은 2022년 말 1조65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855억원으로 감소했고, 차입금 의존도도 29.84%에서 24.70%로 내려왔다.
다만 이 같은 오뚜기의 행보는 앞서 보여준 재무전략과는 정반대다. 이 회사는 앞선 2020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지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차입금 규모를 크게 늘렸다. 원재료비·인건비·물류비 등 원가 부담이 커지자 이를 대응하기 위해 곳간에 현금을 쌓아두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오뚜기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반대로 차입금 규모는 2017년 말 1200억원에서 2022년 1조651억원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오뚜기가 재무전략을 전면 수정한 이유는 최근 원재료비가 안정화되는 등 대외적 리스크를 일부 해소되면서 과거 '무차입 경영'으로 회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회사의 핵심 원재료인 대두유의 경우 2022년 t당 1638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939달러로 42.7% 하락했고 같은 기간 팜유도 t당 1238달러에서 873달러로 29.5% 떨어졌다. 그 외 설탕, 주정 등 국내 수급 원재료들의 가격은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유동성을 늘릴 정도는 아니란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오뚜기에게 향후 대규모 투자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재무전략 수정 요인이다. 현재 이 회사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 확대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2027년까지 경기도 안양공장에 157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미국 현지에서는 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를 알아보고 있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오뚜기는 기업어음, 회사채 등 다양한 자금조달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 개선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오뚜기가 사업 확대 과정에서 부담이 이전보다 완화될 것이란 분석들이 나온다. 실제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은) 올해 5월 오뚜기의 재무구조 개선세를 두고 기업어음에 최상위 'A1' 등급을 매겼다. 김경훈 한기평 연구원은 "지난해 현금창출력이 큰 폭이로 대선하며 차입금 규모가 감축됐다"며 "지속된 투자 및 배당 관련 자금소요에도 불구하고 잉여현금흐름이 흑자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장 한 관계자는 "오뚜기는 오랫동안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해온 기업"이라며 "대내외 리스크가 해소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이용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