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솔케미칼 주요 주주로 해외 기관 투자자들이 등장하면서 오너 3세인 조연주 부회장이 섭외한 백기사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 부회장은 부친 조동혁 회장의 뒤를 이어 사실상 총수 역할을 수행 중이지만, 개인 지분율이 5%에 불과한 터라 지배력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서다.
◆ 英 페더레이티드·노르웨이은행, 5% 이상 주주 공시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영국계 헤지펀드인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페더레이티드)는 이달 2일 기준 한솔케미칼 지분을 5% 이상 보유 중이다.
세부적으로 페더레이티드는 지난달 26일 한솔케미칼 주식 약 57만주를 보유 중이라고 신규 보고했고, 이후 추가 매입을 거쳐 지분율을 5.3%까지 끌어올렸다. 단순 계산으로 페더레이티드는 한솔케미칼 주식을 매입하는데 810억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페더레이티드는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혔는데, 이는 한솔케미칼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투자 목적이 '일반 투자'일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경영권에 개입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솔케미칼 주식을 매입한 외국인 주주가 비단 페더레이티드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중앙은행은 올해 8월 한솔케미칼 주식 57만1472주를 취득하며 5.04%의 지분율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노르웨이중앙은행 역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로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솔케미칼 주식을 5% 이상 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는 블랙록자산운용(6.09%)를 포함해 총 3곳이며, 이들의 지분율 총합은 16.43%로 집계됐다. 블랙록은 지난해 2월부터 한솔케미칼 주주 명단에 등장했으며, 투자 목적은 '단순 투자'다.
◆ 최대주주 뺏긴 전례, 우호 세력 포섭…단순 투자 분석도
한솔케미칼의 외인 주주 비중이 증가하는 배경을 두고 경영권 승계와 연결 짓는 시각이 존재한다. 오너가의 취약한 지분율 탓에 경영 승계 과정이 녹록치 못한 조 부회장이 직접 확보한 우군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 장녀인 조 부회장은 부친을 대신해 사실상 한솔케미칼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오너가 총 지분율이 15%에 그치는 만큼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조 부회장 일가는 2015년 8월 KB자산운용이 지분율을 15.13%까지 끌어올리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뺏긴 사례가 있다. 당시 조 부회장 측 지분율은 14.92%로 KB자산운용과의 지분차는 0.21%포인트(p)였지만, KB자산운용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18.05%까지 늘렸다. 하지만 KB자산운용이 다시 보유 주식을 처분하면서 2016년 10월 한솔케미칼 최대주주는 조 부회장 일가로 변경됐다.
한솔케미칼은 2022년에도 최대주주 변동을 겪었다. 조 회장이 자녀들에게 보유 주식의 일부를 증여하면서 개인 지분율이 14.42%에서 11.65%로 떨어졌고, 2대 주주였던 국민연금(12.69%)이 대주주가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후 지속적으로 지분율을 낮췄음에도 현재 9%대의 단일 최대주주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조 부회장이 우군 확보를 위해 다양한 기관과 투자자를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다.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에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부회장은 사업 연관성이 있는 상장사와 지분 스왑(교환)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최종 불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투자 시기가 공교롭게 겹쳤을 뿐, 단순 수익률을 목적으로 한 투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연금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솔케미칼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어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매력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솔케미칼의 별도 순이익의 20%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 중이다. 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내년 1월까지 328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한솔케미칼이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점 역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에 대해 한솔케미칼 관계자는 "회사는 페더레이티드, 노르웨이중앙은행과 지분투자 관련 사전 교감이 없었다"며 "특히 오너가의 백기사라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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