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신지하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이 "생활가전 틀을 바꾸려고 한다"며 "내년에 세탁기와 에어컨 등 진화하는 제품, 똑똑한 제품으로 라인업을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7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가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스마트폰도 나왔고 스마트TV도 나왔지만 생활가전에만 '스마트'라는 단어가 못 들어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모든) 생활가전 제품에 스크린을 달 계획"이라며 "스크린으로 세탁 중 전화를 받는다든가 소비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가 불편해하고 싫어하는 것 위주로 해결하는 데 목표를 두고 연결된 경험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에서 유럽형 '비스포코 AI 콤보'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올인원 세탁·건조기로 7형 와이드 터치스크린 'AI 홈'이 탑재됐다. AI 홈을 통해 스마트싱스로 연결된 다른 가전 상태 제어가 가능하며, 3D 형태의 '맵뷰'로 공기 질과 에너지 사용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국내에 출시된 비스포크 AI 콤보는 출시 3일 만에 1000대, 12일 만에 3000대 판매됐고, 지난 4월에는 1만대까지 팔렸다. 이에 삼성전자는 유럽형 비스포크 AI 콤보를 오는 11월부터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에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한 부회장은 "생활가전들은 100~200년 넘은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바뀌듯 신기술을 찾고 연구해 이를 제품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절약뿐 아니라 폼팩터를 바꾸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AI 기술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매우 높지만 아직 제품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라며 "삼성전자 제품은 30%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한 부회장은 인수합병(M&A)과 관련된 질문에 "빅딜은 여러가지 변수가 있고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일정을 못잡고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이어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들여다보며 할 수 있는 것은 찾고 성과가 나오도록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핀란드 노키아의 모바일 네트워크 자산 인수에 삼성전자를 포함한 일부 기업이 관심을 보인다는 외신 보도를 의식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분야에서는 강점을 지녔지만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지난해 글로벌 통신장비 분야 시장점유율만 봐도 삼성전자는 2%로 ▲화웨이(30%) ▲노키아(15%) ▲에릭슨(13%) ▲ZTE(11%)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IFA에서 신제품을 가득 채우며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기보다는 스마트싱스 기반의 '연결 경험'을 강조했다. TCL과 하이센스, 하이얼 등 중국 업체들이 전시 부스에 첨단 가전 제품을 전시하며 '세계 최초'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운 것과 대조적이다.
한 부회장은 "10년 전만 해도 세계 최초, 세계 최대를 앞세웠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며 "앞으로 전시에서는 경험 위주로 나갈 것이기에 삼성에서 '세계 최초'를 앞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디바이스들의 지속적인 발굴과 AI를 통한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일하는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와 고객서비스에도 AI를 적극 도입해 업무 생산성과 속도를 끌어 올려 글로벌 AI 선도회사로서 주도권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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