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연간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사 '서울반도체'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한 지 2년만에 해산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가 운용사를 직접 지휘했지만, 펀드 결성과 딜 소싱에 어려움을 겪어 결국 단 한 건의 투자도 집행하지 못했다.

16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영파트너스'는 지난 5일 주주총회를 거쳐 법인 해산을 결의했다. 현재 잔여재산을 주주에게 분배하기 위한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발급한 창업투자회사(창투사) 라이선스도 반납한 상태다. 

서울경영파트너스는 서울반도체 CVC로 2021년 8월 자본금 20억원 규모로 설립됐다. 서울반도체가 지분 55%,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가 45%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LED를 제조해 연 1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479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1094억원이다.

회사는 새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서울경영파트너스를 세웠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가 운용사 수장으로 직접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법인 해산 시점까지 단 한 건의 투자도 이행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기부로부터 투자 미이행에 따른 2차 시정명령을 받았다.

서울경영파트너스는 펀드 결성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서울반도체가 보유 중인 788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활용해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려 했지만, 모회사 이사진 일부가 반대표를 던져 출자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투자처를 발굴하지 못한 상황에서 펀드부터 결성하게 되면 회사 현금 유동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영파트너스는 딜 소싱에 주력했지만 결국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전문 투자인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설립 직후 채용한 두 명의 심사역은 1년 만에 퇴사했다. 결국 그룹 오너일가인 이민호 이소피카 대표만 유일한 심사역으로 남아 딜 소싱을 해왔다. 이 씨는 이정훈 대표의 장남으로 벤처투자 업계에 재직한 이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부 출자를 받기도 어려웠다. 서울경영파트너스는 궁여지책으로 고유계정(PI) 투자를 검토했다. 투자 미이행으로 3차 시정명령을 받을 경우 창투사 라이선스 취소가 검토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딜 소싱에 계속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PI 투자도 집행하지 못했다. 이 기간 급여 비용 등만 꾸준히 지출돼 자본금은 올해 반기 기준 15억원으로 줄었다.

서울반도체는 내부 조직을 활용해 벤처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을 세웠다. 사내벤처를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사세가 위축되고 있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반도체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4798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7.4%, 2021년 동기 대비 25.9%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66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경영파트너스 관계자는 "모회사 자금을 활용해 펀드 결성을 추진하는 등 여러 노력을 했지만 벤처캐피탈을 통한 투자가 만만치 않아 결국 법인을 해산하고 창투사 라이선스를 반납하게 됐다"며 "모회사가 벤처투자를 아예 중단한 것은 절대 아니며 앞으로 사내 유관부서를 활용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육성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