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지난 1분기 기업 인수합병(M&A) 거래 중 크로스보더(국가 간 거래) 딜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강세와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M&A 시장이 위축된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5일 '2023년 1분기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잔금납입이 완료된 거래를 기준으로 총 6조2068억원, 16건의 크로스보더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15조2730억원과 비교해 59% 감소한 거래액이다.

이처럼 거래액이 크게 줄어든 데는 지난 2021년 전례없는 M&A 호황으로 거래 수와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반면, 지난해에는 M&A 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딜 어나운스부터 잔금납입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시장 위축 여파가 올해 1분기에도 그대로 반영됐을 것이란 평가다. 

지난 1분기 전체 크로스보더 거래 중 국내 인수주체가 해외 매물을 사는 아웃바운드 거래액이 4조6980억원으로 총 7건으로 전체 국가 간 거래의 76%를 차지했다. 반면 해외 인수주체가 국내 매물을 사는 인바운드 거래액은 9건으로 총 1조5088억원을 나타냈다.

1분기 잔금납입이 완료된 크로스보더 거래 중 진단키트 기업 SD바이오센서가 미국 메르디안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는 2조원 규모의 아웃바운드 거래, 네이버가 미국 중고 거래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하는 1조81751억원의 거래 등 아웃바운드 거래가 거래 규모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모두 지난해 하반기 공표된 딜로, 올해 초 잔금 납입이 완료됐다.

다음으로 큰 거래는 글로벌 투자사인 KKR이 SK E&S에 7350억원을 투자하는 인바운드 거래였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더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5770억을 투자하는 인바운드 거래도 주요 크로스보더로 꼽혔다. 건축용 특수 유리 제조사 글람이 미국 증시 입성을 위해 재규어 글로벌 그룹이 설립한 스팩사와 합병하는 4000억원 규모의 거래는 규모 기준 5위 안에 들었다.

이밖에도 올해 1분기에는 하이브의 100% 자회사인 하이브아메리카(HIBE America) 산하 QCM HoldCo LLC를 통해 미국 힙합 레이블인 QC뮤직 지주사인 QC미디어홀딩스를 3140억원에 인수하는 엔터테인먼트 부문 거래, 스웨덴 기업 헥사트로닉이 국내 기업 케이넷을 819억원에 인수하는 거래 등이 클로징됐다. 

일본 반도체 기업 JSR이 한국 법인인 JSR일렉트로닉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492억원 규모의 거래, 스위스 명품시계 위블로(Hublot)가 시계 소재와 부품 등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 에코시계의 경영권을 309억원에 인수하는 거래도 있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M&A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 올해 1분기 클로징 규모 감소로 이어졌다"며 "하반기까지는 강달러와 고금리로 인한 크로스보더 거래 위축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몸값이 떨어진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M&A를 추진하는 인수 주체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