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메리츠화재는 일찍이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 해외사업 자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988년 인도네시아에 세운 합작법인이 해외 법인으로 유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메리츠화재가 최근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경영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당분간 해외사업 규모를 확대하거나 신규 투자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인도네시아법인 '메리츠코린도보험'은 지난해 영업수익 25억900만원, 순이익 18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영업수익은 40.2% 늘었지만 순이익은 31.1% 감소했다.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자산·영업수익·순이익 등은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산 규모는 지난해 다소 축소됐으나 2014년 144억7900만원에서 2023년 404억1200만원으로 불었다. 2014년 4억3700만원이던 영업수익은 지난해 25억900만원으로 474% 증가했고 순이익도 같은 기간 174% 늘었다.
이런 성장세에도 인도네시아법인이 메리츠화재 실적에 기여하는 바는 아직 크지 않다. 지난해 순이익을 기준으로 메리츠화재 순이익(1조5748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그친다.
메리츠화재는 동양화재 시절인 1998년 인도네시아 코린도그룹과 합작법인을 세우며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 사이 국내 보험사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진출 시기가 늦은 편은 아니다.
인도네시아만 놓고 볼 때 삼성화재가 1996년 현지 법인을 세우며 가장 먼저 진출했고 KB손해보험이 다음 해인 1997년에 발을 디뎠다. 한화생명은 2013년 10월 진출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2022년 보험회사 해외점포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을 기준으로 한화생명,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등 4곳 보험사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눈길을 끄는 건 메리츠화재의 변화된 전략이다. 인도네시아 진출 당시만 해도 다른 보험사와 비교해 해외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컸으나 2010년대 중반 이후로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법인의 현지 기업과 추가 협업 사례도 없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사회공헌활동 등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전문경영인인 김용범 부회장이 2015년 경영을 맡은 뒤 수익성 위주의 성장 전략을 추구했는데 이런 기조가 해외 사업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상당수 보험사가 미래성장동력으로 해외 사업을 점찍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메리츠화재는 향후 인도네시아법인의 성장세와 현지 보험시장 상황 등을 충분히 지켜본 뒤 신규 투자나 협업 등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네시아 보험시장은 아직 성숙 단계에 들어서지 않은 만큼 성장성은 충분해 사업 확장 가능성을 계속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현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화재보험, 재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1월부터 김중현 대표가 김 부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을 맡고 있지만 경영 전략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 부회장이 메리츠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영향력이 작지 않고 김 부회장이 이끄는 동안 메리츠화재가 빠르게 성장한 만큼 경영 전략을 크게 바꿀 필요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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