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는 지난 3일 고팍스 투자 소식을 밝혔다. 고팍스 이준행 대표가 사임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작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낸스의 최대 리스크는 본사가 따로 없어 각 국가 규제 상황 파악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서류상 본사는 케이멘제도다. 실제 움직이는 임직원들이 전세계에 흩어져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바이낸스는 현재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바레인, 아부다비, 두바이, 뉴질랜드, 카자흐스탄, 폴란드, 리투아니아 및 키프로스에서 규제 승인 또는 승인을 확보한 상태다. 고팍스를 완전히 인수하게 되면 한국에서도 현지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는 사업권을 얻게 되는 셈이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운영할 경우 국내에서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 외에 당장 다른 이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코인마켓캡 기준 고팍스의 거래량은 약 56억원으로 전세계 거래소 중에는 124위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점유율은 0.1% 내외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고팍스의 거래 수수료 수익도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낸스가 고팍스에 투자한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단 가상자산 업계는 약 7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1년 고팍스의 매출액은 314억원이었으며, 그 중 거래수수료 수익은 262억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침체돼 고팍스 거래량도 크게 줄어들었다. 아직 고팍스의 지난해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다. 올해와 비슷하게 시장이 침체됐던 2020년 고팍스의 매출액은 81억원 수준이었다.

지금과 같는 시장 상황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단기적으로 고팍스 거래 수수료만으로는 바이낸스가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바이낸스가 고팍스의 서비스와 거래량 등 전반적인 사업 개편을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상 두 거래소는 협력할 수 있는 사업 분야는 거의 없다. 오더북(호가창) 공유는 불가능하다. 바이낸스의 외국인 회원이 고팍스에 가입하기도 어렵다. 고팍스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전북은행 계좌를 발급받고 회원가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낸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선물거래, 마진거래, 덱스(탈중앙화 거래소) 등 다양한 서비스 역시 고팍스에서는 국내 규제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다.

다만, 고팍스 매각과 무관하게 고팍스 회원이 바이낸스로 입출금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바이낸스에서는 원화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도 다수 투자자들이 국내 거래소에서 바이낸스로 코인을 이체한 후 바이낸스를 이용한다. 만약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한다면 오더북 공유를 할 수는 없어도 두 거래소 간 코인 입출금 시스템을 간소화하거나 애플리케이션 화면상 편리하게 구성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가 오래전부터 한국 시장에서 원화 마켓 거래소 운영을 하고 싶어 했다. 당장 사업적 협력 포인트가 없더라도, 원화마켓 운영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