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롯데그룹의 차기 기업공개(IPO) 후보인 롯데컬처웍스에 영화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극장과 배급사를 동시에 경영하면서 산업을 독식하고 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지 못한 탓이다. 롯데컬처웍스는 롯데그룹내에서 롯데정보통신 다음으로 증권시장에 상장할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66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는 등 탄탄한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있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탄탄한 실적이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영화계는 대형 배급및 상영기업들이 산업을 독과점해 수익을 얻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영화산업은 CJ, 롯데, 메가박스 세 그룹의 매출이 국내 영화시장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계열에 속하지 않는 중소 배급사나 제작사의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문 닫는 곳도 수두룩하다.
실제로 2017년 극장시장은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개 회사가 국내 시장의 97% 점유율을 차지했다. 배급시장은 매출액 상위 3개 배급사(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가 점유율 63.8%를 확보했다. 상위 5개 배급사(NEW, 메가박스플러스엠 포함)의 점유율은 87.8%에 달한다.
이 같은 영화산업의 매출은 고스란히 극장의 수입으로 돌아갔다. 전체 매출의 80%에 육박할 정도다.
CJ, 롯데, 메가박스가 영화산업을 장악한 방식은 ‘상영과 배급의 공동 경영’이다. 롯데컬처웍스는 극장사업을 하는 롯데시네마와 배급사업을 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를 보유하고 있다. CJ그룹은 상영과 배급을 CJ CGV와 CJ E&M이 맡고 있으며, 메가박스는 메가박스와 메가박스플러스엠이 맡고 있다.
상영과 배급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것이 왜 문제일까.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상영하기까지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 극장 등이 참여한다. 영화관 입장권 1표의 수익은 가장 먼저 극장과 배급사가 부율(배급사와 극장이 나눠갖는 비율)을 정해 나눠 갖는다. 배급사는 할당받은 수익을 배급사 수수료를 제하고 투자사 지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눈다. 투자사와 배급사가 총 제작비를 회수하고도 수익이 있을 경우, 투자사와 제작사가 약정한 지분율에 따라 분배해 갖는다.
만약 배급사와 극장이 계열회사면 배급사는 극장에게 유리하게 부율을 정한다. 제작사나 투자사가 가져가는 비중을 줄이고 극장에 대부분의 수익을 줘 그룹의 실적을 올리는 것이다. 스크린 독과점도 문제다. 배급사는 자신이 배급하는 영화를 계열회사 극장에 몰아서 상영하고 극장은 계열회사가 배급하는 영화를 집중적으로 스크린에 배정한다. 극장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중소형 배급사는 설 자리가 없다. 영화산업의 근간인 제작사 역시 제작 영화가 흥행해도 가져가는 수익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에 영화산업은 계속해서 발전해왔지만 제작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최근 대기업의 영화산업 독과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롯데컬처웍스에 위험요소다. 향후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 그 동안 독과점으로 벌어들였던 매출은 조금씩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극단적으로 상영과 배급이 전면 금지된다면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시네마, 롯데엔터테인먼트 중 하나를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2016년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영화 배급업과 영화 상영업을 겸영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다행히 지난해 6월 조승래 의원이 발의한 영비법 일부 개정안에서 관련 내용이 삭제돼 롯데컬처웍스, CJ 등이 한차례 위기를 넘겼다. 조 의원은 새로운 개정안에 대기업의 상영 및 배급 겸업 규제를 삭제하고 대신 대기업 직영 상영관이 일정 비율(40%) 이상 상영을 못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CJ와 롯데 등 대기업 상영관에 대한 스크린 독과점 규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산업 전반적으로 동반 성장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퍼져나가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역시 지속적으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영화 시장 독과점 폐해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스크린 독과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규제 방안을 모색했다. 영화계의 계속된 독과점 문제제기에 관계부처가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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