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국내 기업공개(IPO)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전략으로 인수합병(M&A)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 간 성공적인 합병 사례가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도영 삼정KPMG 상무는 딜사이트가 24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에서 '한국 벤처금융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2025 벤처캐피탈(VC) 포럼'에서 회수시장의 활성화 수단으로 M&A를 꼽았다.
정도영 상무는 "최근 국내 주요 30개 대기업들의 사업 계획을 취합해 시장 동향을 살펴본 결과 핵심 키워드는 '위기'와 '구조조정'으로 추려졌다"면서 "조사한 30개 기업 중 27개사가 비핵심 사업부의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 ▲현대차 ▲한화 등 나머지 3곳 역시 매도와 매수를 함께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내 자본시장이 구조적으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VC들의 효율적인 엑시트 방안으로 혁신기업 간의 '통합(consolidation)'을 강조했다.
정 상무는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인데도 동종산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이 굉장히 많다"면서 "동종사들이 많을수록 문을 닫아야 하는 기업들은 계속해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회사들이 합치면 경영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진출에도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도영 상무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프라이빗에쿼티(PE·Private Equity)'는 '퍼블릭에쿼티(Public Equity)'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또한 상장을 통한 엑시트만을 고수하기보단 IPO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고 M&A를 통한 엑시트를 고심해볼 법하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그는 국내 M&A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투자회사에 스타트업을 매각하기 위해선 규모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도영 상무는 "현재 PEF가 인수하는 기업과 VC들이 보유한 포트폴리오 간 기업가치를 비교해보면 규모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면서 "국내 PEF들이 매수하는 스타트업들의 평균 업력(12.4년)과 기업가치(1101억원)에 부합하려면 VC들이 투자한 기업들은 합병을 통해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하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스타트업 간의 M&A 추진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요인에 대해 공격적인 M&A를 위한 벤처펀드가 부족한 현 실태를 꼬집었다. 정 상무는 "투자한 회사에 위험 징후가 발견되면 대표이사를 교체하거나 합병을 단행해야 하지만 VC들이 지닌 권한이 작은 탓에 강행이 쉽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합병 비율 산정에 잘 합의해도 추후 유한책임투자자(LP)들이 당시 설정한 합병 비율이 적정했는지 등 책임을 되묻는 탓에 합병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국내 3대 명품 플랫폼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등이 출혈 경쟁으로 막대한 손실을 내 3사에 합병을 제안했으나 앞서 말한 방해 요인들 때문에 무산된 적이 있다"면서 "특정 합병 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보인 사례가 생긴다면 빠른 속도로 벤처투자업계에서도 M&A를 활성화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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