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동물의약품 제조 기업 '제일바이오'의 거래재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 속에 창업주 심광경 회장의 장녀인 심윤정 전 제일바이오 대표가 배임 혐의 불기소 결정에 대한 항고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고 거래재개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소액주주들은 '주주 대표'까지 선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심윤정 전 대표 등은 최근 전 임원인 심모 씨를 46억원 규모의 배임 혐의 불기소 결정에 대한 항고를 제기했다. 이는 지난 2월28일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에서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린 지 두 달여만이다. 심모 씨가 누구인지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전직 임원 현황 등을 고려할 때 심광경 회장 또는 차녀인 심의정 전 사내이사일 것으로 추정된다.
제일바이오는 2023년 7월 배임 혐의 고소에 따라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당시 제일바이오, 강기훈 전 사장(심윤정 전 대표 남편) 등은 심 회장과 차녀 심의정 전 사내이사로 추정되는 심모 씨 2명과 이모 씨를 대상으로 총 29억원 상당의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같은 해 8월 심윤정 전 대표 등은 또 다시 심모 씨를 대상으로 한 46억원 규모의 배임 혐의를 고소했다.
이 같은 배임 혐의 고소는 감사의견 거절로 이어졌다. 제일바이오는 2023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당시 외부 감사인이던 한미회계법인은 의견거절 근거에 대해 "배임혐의 발생이 재무제표 전반에 미치는 불확실성"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일바이오의 위기를 만든 배임 고소는 오너 일가간의 경영권 분쟁에서부터 시작됐다. 심 회장의 장녀인 심윤정 전 대표는 2023년 4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아버지인 심광경 회장을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하고 자신을 대표로 선임했다. 심윤정 전 대표가 제일바이오 사내이사로 선임된 지 1년여만의 일이다.
이때부터 장녀 심윤정 전 대표와 심 회장 부부 및 차녀 심의정 전 사내이사 간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심 회장 부부와 차녀 심의정 전 사내이사는 반격에 나섰고 결국 심윤정 전 대표는 4개월만에 대표직을 내려놔야 했다.
공석인 대표이사 자리에 심 회장이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심 회장 부부가 차녀 심의정 전 사내이사를 대상으로 지분 증여를 추진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심윤정 전 대표 등이 제기한 배임 고소도 최근 잇따라 무혐의 결정을 받으며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겨났다.
실제로 29억원 규모의 배임혐의는 지난해 3월 불송치 결정됐다. 46억원 배임 혐의도 지난 2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론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심윤정 전 대표의 항고 소식이 전해지자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액주주 일각에서는 가족끼리 고소하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한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소액주주 플랫폼인 액트에서 주주대표가 선정됐던 것도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이달 22일 현재 제일바이오 소액주주연대(가칭)가 확보한 지분율은 액트 기준 5.68% 수준이다. 소액주주연대는 향후 주주총회 개최 요청 또는 회계장부 열람 요청 등 적극적으로 권한 행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제일바이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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