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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업계에 씌워진 색안경
이다은 기자
2025.04.22 07:00:30
실효성 없는 OTT 규제보다 문턱 낮춰 신사업 활로 열어줘야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1일 0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요즘 인터넷에서 자주쓰이는 표현 중 하나로 '세상이 날 억까해'라는 말이 있다. '억까'는 '억지로 까내린다'는 말의 줄임말로, 누군가에게 과도하게 비난받을 때 쓰이곤 한다. 요즘 유료방송업계를 보면 떠오르는 단어다. 


종합유선방송(SO)과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매년 영업권 손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KT스카이라이프는 2553억원의 영업권 중 53억원만이 남았고, LG헬로비전은 5892억원의 영업권 전액을 손상 처리했다. 딜라이브도 최근 3년 간 총 1039억원 규모의 영업권을 상각했다. 


영업권 손상이 만든 당기순손실은 '실적 부진'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지기 일쑤다. 그러나 영업권 손상은 단순히 사업을 못해서 생기는 손실이 아니다. 영업권은 인수한 기업의 미래 가치를 기대하며 지급한 웃돈으로, 향후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 손실로 인식된다. 유료방송업계는 지금 그 '예상과 다른 흐름'을 겪고 있는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난해 유료방송 가입자 수와 시장점유율 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종합유선방송(SO)과 위성방송 가입자는 꾸준히 감소 중이다. 종합유선방송은 2021년 1304만에서 지난해 1241만으로 4.8% 줄었고, 위성방송도 같은 기간 305만에서 282만으로 7.8%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입사 당시만 해도 미래가 기대됐는데, 흥망성쇠 중 '쇠'만 경험하고 있다"며 자조섞인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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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방송 소비 형태가 OTT(Over The Top)로 바뀐 영향이 크다. 유료방송을 보지 않고 온라인 미디어로 이동하는 '코드 커팅'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등은 자체 콘텐츠 열풍을 일으키며 엄청난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OTT 플랫폼들은 유료방송업계의 최후의 보루였던 뉴스, 스포츠 중계 등 실시간 방송 영역마저 점령하고 있다.


문제는 유료방송사업자와 OTT 사업자 간의 불평등이다. 방송사업자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에 따른 각종 규제를 받지만, OTT 사업자는 통신사업자로 분류돼 이러한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초 OTT와 방송간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 원칙을 담은 '방송·OTT미디어통합법' 제정 계획을 밝혔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더욱이 티빙, 웨이브를 제외한 대부분의 OTT가 외산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규제도 어렵다. 트럼프 정부는 2기에 들어서며 더욱 심화된 보호무역주의를 추진 중이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망 사용료 의무화와 디지털플랫폼법 등 입법 시도를 잠재적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했다. 무역분쟁까지도 확대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실효성 있는 외산 규제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섣부른 OTT 규제는 국내 OTT 사업자만 옭아매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료방송업계를 둘러싼 규제를 유연하게 고치는 것이 최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행 방송법 체계는 지난 2000년 마련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지 오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만난 한 기자가 10년 만에 출입처로 돌아왔는데, 방송통신 관련 규제가 하나도 안 바뀌었다더라"고 말했다.


탈유료방송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미국에서 최대 위성방송기업 디렉TV(Direc TV)는 지난해 패스트(FAST, 무료광고기반 스트리밍 채널) 서비스를 출시, 본업인 위성방송 벗어나기에 나섰다. KT도 지난 16일 열린 미디어토크에서 이제 IPTV의 실시간 채널과 VOD로 구성했던 비즈니스 모델을 패스트와 숏폼 서비스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청자 니즈에 발맞춤과 동시에 규제에서 자유롭고, 콘텐츠 유통도 유연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료방송업계도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오는 5월~6월 AI 스포츠 중계와 기술중립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OTT에게 밀려난 10%의 인기 종목 외 90%의 종목과 고교 리그 등 아마추어 스포츠 중계 니즈를 노리겠다는 취지다. LG헬로비전은 일종의 지역 홈쇼핑 개념인 제철장터 및 렌탈 서비스 사업을, 딜라이브는 1인 가구와 고령층을 타겟으로 한 '홈 AIoT'와 지역행사사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정부 승인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OTT가 거침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할 때, 겨우 한 걸음을 뗀 셈이다.


실적 부진이란 색안경으로 유료방송업계를 바라보기 보다 스스로 돌파구를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 여지를 열어줘야 할 때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경쟁을 해볼테니 자생력을 키울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신사업으로 활로를 찾으려 해도, 국내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유료방송업계를 '억까'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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