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풀무원의 30년 뚝심이 트럼프 정부에서 빛을 볼 전망이다. 경쟁사는 트럼프 정부의 고율 상호 관세로 비상이 걸렸지만, 풀무원은 미국에 생산공장을 4개나 두고 있어 관세 폭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생산라인 증설까지 마무리되면 미국법인 연간 흑자 달성에도 청신호가 들어올 전망이다.
풀무원의 미국 진출은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풀무원은 1991년 1월 미국에 현지 법인 풀무원 U.S.A.를 설립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199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두부 공장을 지으면서다. 첫 시작은 LA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교민 시장이 대상이었지만, 미국 현지에 두부·생면 공장을 4개까지 확대하고 현지 기업을 인수하며 현재는 미국 두부시장 점유율 1위(67%)를 기록하고 있다.
누구보다 진출은 빨랐지만 풀무원의 미국 사업은 30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서 상당한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에 적자구조가 불가피했다. 실제로 풀무원 미국 법인은 2004년 현지 콩가공 식품회사인 와일드우드 내추럴푸드(Wildwood Natural Foods)를, 2016년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Nasoya)를 잇달아 인수했다.
대규모 투자 덕에 풀무원 미국법인은 최근 5년간 연 매출이 평균 14.4% 성장하는 외형 성장을 거듭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미국 법인은 현지 진출 29년 만인 2020년 2분기에 들어서야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고, 4년 만인 작년 4분기 두 번째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풀무원의 오랜 뚝심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빛을 볼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는 유예 기간을 거쳐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미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풀무원은 이 관세폭탄으로부터 자유롭다. 갑작스런 관세부과로 상품 가격을 조정하거나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경쟁사와 비교해 풀무원은 관세 영향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예정된 두부 공장 증설까지 끝나면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면서 수익성 개선이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풀무원은 2021년 11월 풀러튼 두부 공장, 2023년 11월 길로이 공장 생면 생산 라인을 증설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동부에 있는 아이어 두부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증설로 늘어나는 각 공장의 생산량은 2배가량이다.
건강식, 식물성 단백질에 대한 수요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 두부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풀무원이 나소야를 인수한 2016년 당시만 해도 미국 가정 내 두부 소비 경험이 있는 비율은 4%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이 수치가 8%까지 올라왔다.
이와 관련해 풀무원 관계자는 "아직도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그만큼 성장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미국 현지에서 건강하고 맛있는, 육류를 대체할 수 있는 단백질 식품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개선을 통해 미국 법인 현지 상장도 검토한다. 풀무원은 2022년 9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인 '글로벌이에스지혁신성장사모투자합자회사'와 "8년 이내에 상장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하는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미국 현지 생산량 증설로 인한 원가 개선, 코스트코 등 미국 주요 유통 채널 입점으로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해외사업 전체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해외 법인 전체 턴어라운드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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