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KB자산운용이 ETF(상장지수펀드) 브랜드 콘셉트 확립에 나섰다. 그동안 ETF 사업 확대에 힘썼지만 노력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상황에서 그 이유 중 하나로 비교적 불명확한 브랜드 콘셉트가 꼽히자 정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이달 4일 기준 ETF 순자산총액 14조5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3조7911억원 증가했다. 다만 삼성자산운용(15조3427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11조254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4조3836억원) 등 주요 경쟁사의 증가 규모와 비교해 적다.
비교적 더딘 ETF 순자산총액 증가 속도 때문에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한 발 밀리는 모습이다. 지난 4일 기준 KB자산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7,69%로 4위다. 전년동기 7.35%(3위)보다는 점유율이 약간 올랐지만 순위는 한 단계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KB자산운용이 확실한 브랜드 콘셉트를 내세우지 못하면서 경쟁사와 비교해 투자자 관심을 끌지 못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ETF 사업 확대를 본격화했다. 대표적으로 ETF 브랜드를 'KBSTAR'에서 'RISE'로 바꾸고 광고 집행도 늘렸다.
이는 경쟁사의 브랜드 콘셉트와 비교해 더욱 두드러진다. 삼성자산운용은 2002년 국내 ETF 시장이 열린 이래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 선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유튜브채널 'KODEX ETF' 소개 문구 역시 '대한민국 No.1 ETF'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증시 대표지수 추종 ETF 등 글로벌 주식형 ETF가 핵심 상품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AI(인공지능)나 반도체 등 해외주식 테마형 ETF를 다수 선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기준 두 운용사의 전체 ETF 순자산총액에서 주식형 비중이 미래에셋자산운용 53.8%, 한국투자신탁운용 47.9%에 이른다.
반면 KB자산운용은 전체 ETF 순자산총액에서 주식형 비중은 36.4%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대신 채권형 비중도 42.1%로 주식형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이를 놓고 균형 잡힌 투자 포트폴리오라는 평가와 브랜드 콘셉트가 불명확한 결과라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에서 KB자산운용의 주요 경쟁사인 삼성자산운용은 '선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테마' 등 브랜드 콘셉트가 확실한 편"이라며 "KB자산운용은 브랜드 콘셉트가 상대적으로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KB자산운용은 브랜드 콘셉트 정비에 나섰다. 우선 지난달 말 ETF 투자 가이드북'을 발간하면서 주요 문구를 'RISE ETF는 ○○○○이다'로 잡았다. KB자산운용 관계자도 "RISE ETF의 명확한 방향성과 차별화된 메시지를 'RISE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기 위해 ETF 투자 가이드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투자 가이드북에 따르면 RISE ETF의 브랜드 콘셉트는 RISE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든 연금 필수자산(Retirement Essential)', '혁신 선도기업(Innovation Leader)', '전략적 인컴(Strategic Income)',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이다.
연금 필수자산은 미국 대표지수 추종 ETF를 비롯해 투자자의 은퇴 후를 대비한 장기투자 상품을 가리킨다. 혁신 선도기업은 AI‧바이오테크 등 기술주 중심 ETF다. 전략적 인컴은 배당주 등 안정적 수익 제공 ETF를,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시장변화 대응 ETF를 각각 말한다. 예컨대 올해 ETF 신상품 5종 중 'I'에 해당되는 'RISE 인도디지털성장'과 'RISE 미국양자컴퓨팅'을 출시했다.
다만 한 단어로 부를 수 있는 경쟁사 ETF 브랜드 콘셉트와 비교하면 RISE는 글자별 키워드를 넣은 방식이라 다소 복잡하다. 연금 필수자산, 혁신 선도기업, 전략적 인컴의 경우 경쟁사 역시 힘쓰는 분야라 KB자산운용만의 강점이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평가다.
실제로 연금 필수자산의 대표격인 미국 대표지수 추종 ETF의 경우 ETF 순자산총액 기준으로 RISE 미국S&P500은 7위에 머무른다. 전략적 인컴 ETF의 대표주자 격인 커버드콜 ETF 역시 'RISE 200위클리커버드콜'이 국내 커버드콜 ETF를 통틀어 8위 수준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균형 잡힌 투자 포트폴리오와 다양한 자산 투자 경험이 장점인 만큼 ETF 브랜드 콘셉트 역시 RISE의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잡았다"며 "앞으로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상품 개발과 마케팅을 더욱 충실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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