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약진을 바탕으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면서 재무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2023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인한 영업이익 적자를 극복하면서 현금 곳간도 채우고 빌린 돈도 빠르게 갚았다. 올해에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회사는 HBM 등 수익성 있는 제품 위주로 투자를 지속해 호실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66조1926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도 매출인 32조7657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전년도에는 반도체 업계 불황으로 7조7303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지만 이를 만회해 영업 이익과 당기 순이익도 흑자로 전환됐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9조7959억원으로 전년(4조2781억원)보다 596%나 늘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봤을 때 D램에서는 44조7316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며 낸드 플래시 부문의 매출은 19조2741억원이었다.
실적이 개선되면서 현금성 자산이 늘고 차입금 규모도 크게 줄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4조1563억원으로 전년(8조9209억원)보다 59% 늘었다. 반면 차입금은 22조6837억원으로 2023년(29조4686억원)보다 6조7848억원 감소했다. 이 회사의 차입금은 2020년 11조2516억원 ▲2021년 17조6238억원 ▲2022년 22조994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차입금 상환 규모가 커지면서 부채 비율도 87%에서 62%로 줄었다.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매출 증가가 있다. 지난해 미국 지역에서만 41조961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체 매출액의 63% 수준이다. 2023년 미국 시장 매출이 15조3902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3배 증가한 규모다.
현재 AI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에 AI 칩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의 10%를 상회하는 10조9028억원이 단일 고객사로부터 발생했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엔비디아로 추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HBM3를 시작으로 지난해 업계 최초로 HBM3E 8단, 12단 양산에 성공해 여러 빅테크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도 HBM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며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각각 17조1000억원, 6조5000억원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주도권은 굳건하며 주요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문형 반도체(ASIC) 고객들의 최우선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현재 내년 HBM 물량에 대한 주요 고객과의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조만간 (실적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내년 AI 시장 수요에 대한 확신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다소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D램-침체를 넘어 미래를 보다(DRAM-Looking beyond the valley)'라는 보고서를 통해 HBM 업황에 대한 신중론을 제시했다. 모건 스탠리는 "미국 클라우드 사업자의 설비 투자가 둔화하면 HBM의 단기 재고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며 "HBM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경우 원료가 되는 D램이 일반 제품 시장으로 유입돼 D램 공급 과잉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HBM 시황을 고려하며 지속적으로 인프라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시설 투자비로 17조9650억원을 집행했는데, 전년(6조5910억원)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현재 신규 팹 공사가 진행 중인 만큼 인프라 투자 차원에서 시설 투자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지난해 대비 전체 투자비는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이 확보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투자를 지속한다는 기조"라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우려에 대해서는 "빅테크 업체들이 투자를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AI 서버 분야에서는 투자를 이어간다는 기조인 만큼 HBM 수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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