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5일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에서 참가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위기감에 공감하면서도 캐즘 이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조심스럽게 1분기 또는 상반기가 업황 저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하반기부터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상황이 워낙 변동성이 많아 지속적으로 집중해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투자에 대해서는 "연초에 말씀드렸지만 효율적인 방향을 계속 유지하며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사장은 시황 반등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반등 시점 지연에 따른 대비책에 대해 "준비를 잘해야 하는 시간으로 수요가 줄고 있어 여러 변수가 많다"며 "시장이 정리되고 수요가 늘어날 때를 대비해 (캐즘 이후에 대한) 준비를 잘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선 선제 투자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김 사장은 "미국의 새로운 정부 정책은 기본적으로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미국 내 많은 공장을 가지고 있어 선진입 효과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중국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터리 역사를 써왔다는 자부심이 있고 업체 중에 배터리 관련 IP(지식재산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게 그 증거다"라며 "글로벌 오퍼레이션 역량은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시된 46시리즈, 리튬인산철(LFP), 미드니켈(Mid-Ni) 등에서 저희 제품으로 리딩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 "46파이 양산 곧 시작"

같은날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 시점을 언급했다. 삼성SDI는 이번 전시회에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를 전시했다. 그는 "46파이 양산을 곧 시작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고객을 확보해 샘플 테스트를 거쳤고 고객사를 특정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양산도 곧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최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이후 첫 데뷔전이다. 그는 "업력은 짧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거쳤고 그 다음에 배터리도 맡게 됐다"며 "다른 점은 배터리 산업의 경우 경쟁사가 많고 고객사도 굉장히 다변화돼 있어 환경, 정책, 관세까지 영향을 많이 받아 어려움이 있는데 항상 변하지 않는 건 기술력이라고 생각하고 희망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최 사장 역시 올해 1분기를 업황 저점으로 내다봤다. 최 사장은 "캐즘은 상당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까진 어려울 것 같고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삼성SDI는 북미에 단독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시장 수요 감소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수요가 많이 약화해서 상당히 좀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며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성장을 해야 되기 때문에 내부에서 치열하게 검토는 하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주시면 구체화 될 걸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SDI의 헝가리 공장 가동률도 낮아진 상태다. 최 사장은 "전방 수요가 워낙 어렵다 보니 고객사 수요 약화로 과거와 달리 (가동률이) 상당히 낮은 상태"라며 "구체적인 숫자는 제가 고객과의 비밀 유지 계약 때문에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현대차와의 협력 강화 계획도 언급했다. 삼성SDI는 이번 전시에서 현대차·기아 로봇 사업부 로보틱스랩과 협업한 달이(DAL-e)와 모베드(MobED)도 선보였다. 최 사장은 "전기차 관련해서는 현대차와 계속 열심히 하고 있고 그런 부분이 로봇(협력)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현대차가 전기차 관련해서 굉장히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앞으로도 열심히 협업을 지속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SK온 "원통형 배터리 개발 완료"

이날 이석희 SK온 대표이사를 대신해 도어스태핑(약식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기수 R&D(연구개발) 본부장은 원통형 배터리 양산 준비 계획을 밝혔다. SK온은 이번 전시에서 자사의 원통형 배터리 실물 모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박 본부장은 "원통형 배터리 개발은 완료된 상태로 현재 양산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각형배터리, LFP배터리 양산 시점도 언급했다. 박 본부장은 "각형배터리는 이제 세계적으로 흐름을 타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도 일단 뒤늦게라도 시작했다"며 "현재 개발은 완료된 상황이고 양산을 위해서 최대한 스피드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사 역량을 집중해서 고객 수주와 관련해 접촉하고 있고 양산은 자동차 시장의 타이밍과 맞아야 하기 때문에 그 일정에 맞춰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SK엔무브와 개발 중인 전기차용 액침냉각 기술 적용은 전기차와 ESS 둘다 진행 중이다. 그는 "액침냉각 기술을 현재 개발 중으로 냉각 성능이 아주 우수한 특징이 있고 급속 충전에도 매우 유리한 구조로 돼 있다"며 "SK엔무브와의 협업을 가속화하면서 차별화된 기술개발을 진행 중인데 약 2년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석희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선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하는 것이 곧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현재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R&D 투자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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