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웅진그룹이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완주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나온다. 1조원에 달하는 가격을 감당하기에는 웅진그룹의 재무여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자칫 과거 '코웨이 사태'가 반복돼 자본시장에서 신뢰만 더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1조 규모 딜 소화 가능성 '의문'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웅진그룹이 전략적투자자(SI) 역할을 맡고 유진PE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다. 매각대상은 프리드라이프 지분 100%다.
시장에서 거론하는 매각가는 1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7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VIG파트너스로부터 프리드라이프 지분 20%를 인수할 때 밸류에이션을 1조원으로 봤기 때문이다.
업계는 웅진그룹이 이번 딜을 완수할 체력을 갖췄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1조원 규모의 딜을 진행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담보인정비율(LTV) 50%로 인수금융을 5000억원 일으킨다고 가정하면 SI와 FI는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아야 한다.
SI와 FI가 각각 절반 수준으로 부담을 나눠진다고 하면 웅진그룹은 2000억~30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웅진그룹의 재무여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다. 웅진그룹 지주사 ㈜웅진이 가진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연결기준)은 531억원이다. 웅진그룹이 필요로 하는 자금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
그렇다고 금융권으로부터 차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웅진그룹은 이미 다수의 유무형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많은 자금을 대출받았다. 담보로 잡힌 자산은 토지, 건물 및 기계장치, 완성상가 등 유형자산 외에도 신탁자산의 1~2순위 우선수익권, 보험금청구권, ㈜웅진씽크빅 보통주 등이다.
웅진그룹은 이를 통해 총 2835억원을 빌렸다. 담보권 설정 금액은 3371억원에 달한다. 담보로 제공한 유무형 자산의 장부금액가가 4863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차입 여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딜이 클로징된다고 하더라도 차후 FI의 풋옵션 행사를 받아줄 여력이 있는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웅진그룹은 향후 프리드라이프의 IPO 등으로 FI의 엑시트를 도와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FI의 투자금을 모두 떠안을 수 있다.

◆ FI‧인수금융 최소 '7000억'…외부조달도 문제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과거 '코웨이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웅진그룹은 지난 2012년 초 유동성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핵심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놨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웅진코웨이를 1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잔금 납입을 앞두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웅진코웨이 매각을 막으려했던 웅진그룹은 6년이 지난 2019년 코웨이를 다시 사들이는 데 성공했다. 당시 그룹 내부에 유동성이 부족했지만 코웨이를 다시 품겠다는 의지에 따라 1조8862억원을 투입했다. 대금 대부분은 외부로부터 차입한 자금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코웨이를 다시 품었지만 다른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등 여파로 ㈜웅진의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다시 유동성 위기를 맞이했다. 차입금 부담이 컸던 웅진그룹은 고심 끝에 인수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코웨이를 다시 매물로 내놨다. 시장에 나온 코웨이는 1조7400억원에 넷마블 품에 안겼다.
FI로 참여하는 유진PE에 대한 불안함도 있다. 중형 하우스인 유진PE가 1조원 규모의 딜을 다뤄본 적이 없어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유진PE는 최근 우리PE와 함께 서울전선을 15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7월엔 산업은행 PE실과 함께 보령바이오파마를 3199억원에 인수했다.
인수금융도 통상 FI가 주선단을 모은 뒤 SI가 보증을 서는 형태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FI(유진PE)와 SI(웅진그룹)의 규모가 아쉽다는 평가다.
웅진그룹은 회사채 발행, 비유동자산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근 10년간 회사채를 발행한 이력이 없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대외 신인도와 자산을 활용한 자금 조달 구조로 회사채 발행 및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인수 대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현재 다수의 기관과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의 재무여력이 그렇게까지 높지 않아 과거 코웨이 사태를 반복할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실사 후 최종 딜 클로징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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