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티웨이항공을 둘러싼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이 현실이 됐다. 지난해 티웨이항공 2대 주주에 등극하며 경영권 인수 의지를 드러냈던 대명소노그룹이 경영진 물갈이를 시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티웨이항공이 쥔 패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 회사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는 현금 곳간이 동난 터라 주식을 '대항 매수'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는 점은 경영권 방어력을 오히려 낮추는 요인이다.
◆ 주주제안, 이사회 장악 목적…임기 만료 이사, 정홍근 대표 포함 4명
22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명소노그룹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은 티웨이항공을 대상으로 경영 개선을 위한 주주제안을 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주주제안은 소액주주가 직접 주주총회 안건을 상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노인터내셔널은 ▲경영진 전면 교체 ▲유상증자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티웨이항공의 올해 정기 주총을 준비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상법 상 주주제안은 주총이 개최되기 6주 전까지 가능하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3월29일 정기 주총을 연 만큼 내달 14일까지만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소노인터내셔널은 기한보다 한 달 가량 먼저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는데, 일찌감치 이사 후보의 검증과 섭외를 마쳤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우선 올해 임기가 끝나는 이사 4석을 포함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한다는 구상이다. 티웨이항공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운영된다. 정관에 따라 티웨이항공 이사회는 최소 3명 이상, 12명 이내로 구성할 수 있는데, 현 이사회 규모에서 5명을 추가 선임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 사내이사는 ▲정홍근 대표이사 사장 ▲나성훈 경영총괄 부회장 ▲김형이 경영본부장 전무 ▲정창희 재무본부장 전무이며, 사외이사는 ▲최승환 전 KPMG 삼정회계법인 부대표 ▲김성훈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최성용 더스노우볼 대표이사다. 이 중 정홍근 대표와 김형이 전무, 김성훈 사외이사와 최성용 사외이사의 임기가 오는 3월31일자로 만료된다.
소노인터내셔널이 이사회를 장악하려면 최소 5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임기가 끝난 사내이사 2석 뿐 아니라 남아 있는 사내이사 2명을 견제할 수 있도록 최소 1명을 더 뽑아야 한다. 이 경우 사내이사는 총 5명으로 늘어난다. 사외이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규정만 충족시키면 되는 만큼 최대 7명까지 규모를 키울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이사회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공석이 되는 최소 2석만 채우면 된다.
◆ 작년부터 불거진 경영권 이슈…주식 매입·우군 확보 등 움직임 無
티웨이항공은 소노인터내셔널의 선전포고에도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상황을 파악 중이며,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티웨이항공이 처한 현실을 따져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룹사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지원을 받기가 힘들어서다.
예컨대 티웨이항공 최대주주(지분율 28.05%)인 티웨이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은 29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말 55억원에서 반토막 난 것이다. 이익잉여금 계정의 경우 2002년부터 결손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작년 3분기 말 마이너스(-) 1235억원이었다.
티웨이항공 지배구조 꼭대기에 자리 잡은 예림당은 티웨이홀딩스보다는 자금 사정이 괜찮은 것으로 파악된다. 나성훈 부회장(지분율 41.1%)이 지배하는 예림당은 지난해 3분기 말 보유 현금이 2023년 말 대비 7.7% 늘어난 420억원으로 나타났다. 또 예림당은 이익잉여금 772억원을 확보 중이다. 하지만 이 돈은 당장 활용하지 못한다. 12월 결산 상장사의 3월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당해 12월 말까지 주식 매입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매수한 주식은 의결권을 가지지 못한다.

나아가 티웨이항공이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은 경영권 분쟁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티웨이항공이 지난해 5월 공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20%로 매우 낮았다. 15개의 항목 중 3개 항목만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사회 투명성과 독립성은 물론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명문화된 제도가 미비한 상황이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주도하는 '밸류업'과 역행하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티웨이항공 대주주는 이미 지난해부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인지했지만 지분율 확대나 백기사 섭외 등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며 "사실상 경영권 방어 의지를 상실한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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