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LG전자가 사이니지 사업의 독자 운영을 본격화하며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사이니지 전문업체 MRI와의 협력을 종료했으며, 이는 독립적인 사업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앞으로 프리미엄 제품과 웹OS 기반 플랫폼 연계 서비스를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LG전자는 미국 사이니지 전문업체 MRI와 합작해 운영하던 'LG-MRI'의 청산 절차를 완료했다. 이 회사는 2014년 양사가 각각 50대 50의 지분으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설립한 합작사다. LG전자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MRI의 볼드뷰 기술(높은 밝기와 내구성을 갖춘 옥외 LCD 디스플레이)을 결합해 현지 디지털 광고와 공공 정보 분야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이번 청산은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당초 양사가 맺은 합작계약서(JVA)에는 특정 조건에서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성공적인 사업 운영이 지속되지 않거나 중대한 계약 위반이 발생할 경우, 또는 LG전자가 MRI의 기술 역량을 충분히 흡수한 경우에 한해 MRI는 풋옵션(MRI가 지분 매각을 요구할 권리)을, LG전자는 콜옵션(LG전자가 지분을 인수할 권리)을 행사할 수 있었다.
또 옵션 행사 시에는 MRI의 최근 3개년 평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8배를 곱한 금액으로 지분을 평가하도록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양측은 계약서에 명시된 옵션을 발동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서로 간 합의를 통해 지분 인수와 같은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 청산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했다. 청산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관련된 사항도 양측이 각각 부담했다고 알려졌다.
LG전자가 MRI와 협력을 종료한 배경에는 사이니지 사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독자 운영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9년간 합작사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과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LG전자는 독자적인 역량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사이니지 시장의 급성장도 이 같은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사이니지 시장 규모는 2020년 140억달러에서 2027년 246억달러로 연평균 8% 성장이 예상된다. LG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연한 대응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자 운영 체제를 선택하며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올해 3분기 LG전자는 글로벌 사이니지 시장에서 26.9%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앞으로 프리미엄 제품과 플랫폼 연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마이크로 LED와 올인원 LED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웹OS 기반 'LG DOOH Ads(디지털 옥외 광고)'를 통한 수익 모델 구축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조직개편을 단행, 사이니지와 웹OS 부문 간 협력을 끌어올렸다.
LG전자 관계자는 "2014년 MRI와 함께 합작사를 설립한 이후 사이니지 기술력과 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며 "양사 간 전략적 판단에 따라 청산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종료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G전자의 사이니지 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며 "특히 웹OS 기반 플랫폼과 고부가 제품군을 통한 추가 매출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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