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LG전자가 최근 자사 서비스 이용약관에 이른바 '인공지능(AI) 면책 조항'을 삽입했다. AI 기반 제품·서비스에 대해 '정확성과 안정성 등 보장 못 해', '이용자 주의 다 하지 않으면 회사 책임 인정 안 돼' 등의 내용을 담았다. 사용자의 '충분한 주의 의무'를 강조하며, 회사의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LG전자가 강조해 온 '공감지능'의 의미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과 긍정적인 평가가 엇갈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4일 서비스 이용약관 내 서비스특별조건을 수정, AI 기반 서비스 관련 사항을 추가했다. AI 기반 제품·서비스와 관련해 발생한 문제는 자사보다 이용자에게 책임에 있다는 내용이다. 서비스특별조건은 기본 약관보다 우선되는 사항으로, 이번 변경안은 이날부터 시행됐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제3자가 제공하는 생성형 AI의 오류·결함에 어떠한 통제력을 가지지 않는다 ▲생성형 AI 기반 결과물의 무결성, 정확성, 적절성,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본인 주의 하에 결과물의 정확성 등을 스스로 검토해야 한다 ▲이용 환경에 따라 음성 인식 기능 제품을 사용하는 이용자 주변의 가족 등 제3자의 음성 발화 내용도 녹음·분석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이용자에게 AI와 관련한 주의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이다. 회사는 '이용자가 이 같은 주의를 다하지 않았거나 금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발생한 일체 손해에 대해 회사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회사 책임이 인정되지 않거나 회사 책임이 제한될 수 있다'고 기재했다. AI 제품·서비스에 따른 다양한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는 면책 조항인 셈이다.
이를 두고 LG전자가 이용자에게 과도하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I 기술 특성상 예기치 못한 오류나 결함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서비스 제공자인 회사보다 이용자 책임이 더 무거운 것은 공정치 못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LG전자가 올 초 AI의 개념을 '고객 배려·공감'의 의미를 담은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으로 재정의했던 행보와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책임 회피 수단으로 면책 조항을 새로 도입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며 "AI 서비스에 대한 주요 책임을 이용자에게 과도하게 전가하는 약관 변경은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AI 서비스 활성화로 인해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명예훼손, 프라이버시·저작권 침해 등 다양한 법적 분쟁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LG전자가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전자업계에서 소비자에게 이러한 내용을 미리 고지한 것은 LG전자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AI는 높은 잠재력을 지닌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복합적인 기술"이라며 "이를 다루는 기업 입장에서는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적 분쟁을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 약관에 AI 관련 조항을 추가했다는 것은 결국 AI 기술로 인한 리스크를 소비자와 회사 모두 대비하려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신설된 AI 조항은 LG전자의 생성형 AI 챗봇 '챗씽큐'에 한정된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LG전자의 다양한 AI 기반 가전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약관 변경은 생성형 AI가 기술적 오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표기한 것"이라며 "현재 존재하는 어떠한 대형 언어 모델 AI도 항상 완벽할 수는 없다는 점을 고객에게 고지할 필요가 있어 약관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전가라기보다는 고객에게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의미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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