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자본시장에서 기업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투자 건은 물론 포트폴리오 볼트온 전략에 나서는 과정에서도 기업과 손발을 맞췄다. 최근 행동주의펀드부터 사모펀드까지 수익률 제고를 위해 행동주의 전략을 도입하는 것과는 반대로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실속을 챙기는 모습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앤코가 국내에서 진행한 투자는 총 4건이다. 특히 올해 초부터 이어진 SK그룹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구조조정 물량을 다수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2월에는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를 약 33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는 '솔믹스'로 사명을 변경한 상태다.
이어 9월에는 SK그룹의 알짜 회사로 평가 받는 SK스페셜티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실사 단계를 거치고 있다. SK스페셜티의 예상 매각가는 약 4조원으로 거래가 성사될 경우 올해 가장 큰 빅딜이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SK플라즈마에 1500억원 규모의 소수 지분 투자에 나서며 업계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앤코는 올해 단순 투자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밸류업을 위한 볼트온 전략에서도 기업과 손발을 맞췄다. 지난 2022년 인수한 SK마이크로웍스(구 SKC 산업용 필름 사업부)가 주인공이다. 지난 8월 한앤코는 SK마이크로웍스의 필름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코오롱인터스트리와 합작법인 KII-SKM JV(가칭)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JV 설립은 SK마이크로웍스 규모를 키우려는 한앤코와 적자 사업부(필름·전자재료사업부)를 개선하려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성사됐다.
한앤코가 올해 진행한 투자 건 모두 기업과 손발을 맞추면서 자본시장 내에서 기업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 바이아웃(경영권인수) 뿐만 아니라 기업의 특정 사업부를 인수하는 카브아웃 등 다양한 인수합병(M&A) 전략을 함께 하면서 유동성 공급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솔믹스를 제외하더라도 지난 5년 간(2018년~2024년) 한앤코가 진행한 카브아웃 딜은 총 5건에 달한다. ▲2018년 SK엔카 직영중고차 사업부(현 케이카) ▲2020년 SK케미칼 바이오에너지 사업부(SK에코프라임) ▲2020년 대한항공 기내식 및 기내면세점 사업부(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 ▲2022년 SKC 산업용 필름 사업부(SK마이크로웍스) 등이다.
최근 행동주의펀드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까지 M&A 시장에서 행동주의 전략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한앤코의 상생 전략이 돋보인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지난해에는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데 이어 얼라인파트너스가 소수 지분으로 에스엠의 최대주주를 경영 일선에서 몰아냈다. 올해는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며 기업 협력자를 자처했던 '한국형 바이아웃 펀드'와는 정반대의 전략을 선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와 헤지펀드가 행동주의를 전략적으로 도입하는 상황에서 한앤코는 상생 전략을 기반으로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며 "한앤코가 프라이빗한 딜에서 강점을 가지는 배경에는 그간의 거래로 자본시장 내에서 신뢰를 쌓아올린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앤코는 올해 34억달러 규모의 4호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3호 블라인드펀드에 1억달러 이상 출자한 유한책임투자자(LP)의 93%가 재출자에 나서면서 그간의 운용성과를 입증 받았다는 평가다. 한앤컴퍼니가 2019년 결성한 3호 펀드의 경우 30% 이상의 DPI(투자원금 대비 회수율)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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