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수협은행이 유상증자 외 자본적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편으로 내부등급법을 꼽을 수 있다. 증자가 수협중앙회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면 내부등급법은 수협은행이 자체적으로 준비해 금융감독원 심사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에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금감원의 심사 통과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통상 사전점검 요청부터 최종 승인까지 2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수협은행의 경우 아무리 빨라도 내년 6월 이후로 전망된다.
5일 금감원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지난해 10월 금감원에 내부등급법 사전 점검을 요청하며 내부등급법 마련 절차에 착수했다. 금감원 은행감독국 은행리크스감독팀에서 수협은행 내부등급법에 대한 점검을 맡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수협은행 내부등급법에 대한 사전 점검을 실시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며 "올해 여름께 개선한 내용을 (금감원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협은행이 개선했다고 한 부분들을 다시 점검 중"이라고 덧붙였다.
내부등급법이란 은행들이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에 의해 산출한 부도율(PD)과 부도시손실률(LGD) 등 리스크 측정 요소를 활용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수협은행은 기존 세계은행 감독기관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표준가중치를 적용해 위험가중자산을 평가하는 표준등급법을 사용했다. 이는 은행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추정한 리스크 측정 방법인 내부등급법보다 더 보수적인 만큼 내부등급법을 채택한 은행보다 자본비율이 다소 낮게 책정된다. 표준등급법을 적용하면 은행 자체 내부등급법보다 위험가중자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지난 6월말 기준 12.17%로 국내은행 평균(13.18%)보다 1.01%포인트(p) 더 낮다. 지난해 초 수협중앙회의 2000억원 출자와 은행 이익 증가 효과에 힘입어 CET1비율이 지속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권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있다.
수협은행이 금감원의 내부등급법 최종 승인을 얻게 되면 자본비율 상승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지난 2021년 내부등급법 승인을 통해 1%p 이상 자본비율 개선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까지 통상 2년여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자본 비율을 개선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협은행이 금감원에 내부등급법 마련을 위한 사전 점검을 요청한 시점이 지난해 10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최종 승인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다만 최초 점검 이후 최종 승인까지 당국에서 요청하는 개선 사항을 얼마나 빠르게 보완하느냐에 따라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최초 점검에 대한 개선 요구와 그에 대한 보완이 지난 여름 이뤄졌고, 현재 보완된 사항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협은행이 개선 보완한 사안이 금감원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근접했다고 판단되면 본 점검 신청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 점검 신청에 따라 승인 심사 위원회가 열리면 최종 승인까지 6개월이 소요된다"며 "현재 수협은행이 보완한 사항에 대한 점검이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데, 크게 지적사항이 없다고 판단되면 최종 승인은 이르면 내년 중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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