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삼양식품 내 유가공사업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전략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회사는 유가공공장 폐쇄에 이어 새로운 부서로 사업을 통폐합하는 등 자체적인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삼양식품이 주력사업인 라면과는 달리 유가공사업에서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양식품은 일찍이 1980년 문막공장을 세워 유가공업계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 대관령의 목장(삼양목장)에서 원유를 공급받아 흰우유와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등의 유제품을 선보였다. '대관령고원우유'와 '카네이숀 아이스크림'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우유업계 '빅3' 기업인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의 기세에 뒤쳐졌다. 삼양식품이 주력인 라면에 집중하면서 유가공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투자 등에서 소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매출에서 유가공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15.4%(315억원)에서 철수 직전인 2021년 1.6%(102억원)로 뚝 떨어졌다.
결국 삼양식품은 2022년 유가공 생산공장인 문막공장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삼양목장을 통해 유제품 생산방식도 전량 위탁생산(OEM)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프리미엄 우유시장에서 시너지를 내고자 2011년 인수했던 제주우유도 전격 매각했다.
삼양식품은 이에 그치지 않고 별도로 존재하던 유가공사업부를 작년 뉴트리션사업부에 통폐합시켰다. 뉴트리션은 백색우유, 가공우유, 기능성식품 등을 취급하는 사업부다. 삼양식품의 유가공사업이 수년간 미미한 매출을 기록하면서 회사 차원에서 유가공사업에 힘을 빼고 다양한 음료사업을 영위하는 신설부서의 한 영역으로 역할을 축소시킨 셈이다.
하지만 뉴트리션사업부에 편입된 이후에도 유가공제품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뉴트리션사업부를 만들면서 론칭한 프리미엄 유제품 브랜드 'Ornic(오르닉)'은 처음 편의점 등의 오프라인 채널에서 판매됐지만 현재는 오프라인에서 전면 철수한 상태다. 뉴트리션사업부의 작년 매출도 36억원으로 전년 44억원에서 18.5% 후퇴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도 12억원으로 전년 동기 18억원 대비 33.4%나 쪼그라들었다.
시장에서도 삼양식품이 유가공시장 공략에 실패했다는 반응 일색이다. 장기간 유가공사업을 영위해왔으나 시장내 존재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 유가공시장은 상위업체들인 서울우유·남양유업·매일유업 등이 점유율을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빙그레와 동원F&B등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실제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삼양식품 오르닉에서 출시한 요거트(발효유) 부문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점유율이 남양유업 17.96%, 빙그레 16.42%, 동원F&B 13.3%, 매일유업 12.92%, 서울우유 11.28% 순이다. 삼양식품은 순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국내 유업계 관계자는 "유가공시장에서 삼양식품 제품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삼양식품이 별도부서였던 유가공사업부를 해체한 것도 동일한 맥락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양식품은 라면사업이 주력인 만큼 매출이 안 나오는 유가공사업에 굳이 힘 쏟을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앞서 2022년 유가공 사업부문을 재편한 점은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가 크지 않을 뿐더러 수년간 누적된 적자와 미미한 매출 비중으로 유가공 사업 경쟁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뉴트리션사업부는 사업 초기인데다 새로 론칭한 '오르닉'을 오프라인 시장에서 철수한 건 커지는 온라인시장에 집중하기 위함으로 유가공사업 실패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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