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초전도체 테마주가 시장을 흔들었다. '꿈의 신소재'가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테마주의 가격을 끌어 올리자 해당 회사 관계자들은 일제히 주식을 팔아 수익을 실현했다. 주가는 다시 급락했고 수 많은 피해자만 남겼다.

최근 우리나라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에서 동작하는 초전도 물질로 추정되는 'LK-99'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초전도체란 전기저항이 없는 물질이다. 전기 에너지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혁신이란 말이 모자랄 정도로 높은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 시장은 관련주 찾기에 몰두했다. 실제로 초전도체 관련 사업을 하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심지어 초전도체가 진짜인지 역시 주식시장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파워로직스, 서남, 덕성 등 여러 종목이 '초전도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음에도 테마주로 묶이며 주가가 요동쳤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가 LK-99를 검증해 불순물인 황화구리 등이 초전도체처럼 보이는 특성을 띤다며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면서 관련주는 줄줄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 

문제는 이 회사 임원들은 주가 급등했을 때 '꼭지점 매도'를 통해 수익을 실현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회사 관계자의 주식 매도는 악재로 통한다. 누구보다 회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임원이 주가가 고점이라고 본다는 시그널로 읽히기 때문이다. 결국 급등한 주가는 다시 급락했고 많은 소액주주들이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마주 투자가 위험하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해 이제 식상하다. 그런데 테마주로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다. 과거 30여개 종목을 주가조작해 38억원을 챙긴 일당이 검거된 적이 있다. 이들은 통상 3일에 걸쳐 주가를 조작해 종목당 평균 1억4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주가를 조작한 종목 중 정치 테마주가 2개 포함됐는데, 다른 종목과 달리 80일 이상 물려있다가 결국 손절한 부분이다. 결국 주가조작 세력도 돈을 벌기 어려운 것이 테마주란 소리다.

이런 와중에 상장사 임원이 '꼭지점 매도'로 한몫 챙겼다는 점은 소액주주 입장에서 무척이나 화가 날 이야기다.

내부자의 '꼭지점 매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자,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내부자 거래를 사전에 공시하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 통과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초전도체 테마주는 아니지만, 과거 시장에서 유명한 사채업자가 소액주주를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채업자는 상장종목을 여러 개 보유했는데, 그 중 한 종목이 급락하자 소액주주 한명이 회사에 전화해 사채업자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시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을 사채업자가 소액주주를 굳이 고소했다는 점을 보면, 비난의 수위가 견디기 힘든 수준이었던 것 같다.

이 사채업자의 고소는 결국 기각됐다. 소액주주의 맹비난이 사실관계에 부합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비난을 당하기 싫다면 비난 받을 짓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주주란 말 그대로 회사의 주인이다. 상장 회사 임직원은 근본적으로 '남의 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이다. 주인에 대한 예우는 제대로 못하더라도 최소한 뒤통수는 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