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OK금융그룹이 페퍼저축은행 실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인수 협상을 이어가면서 새롭게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내 M&A(인수합병) 의지가 확고하다는 속내가 읽힌다.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모두 영업권역 확대라는 이점이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양호한 페퍼저축은행쪽으로 방향이 기울 가능성도 점쳐진다. 페퍼저축은행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자산 규모를 축소해 몸값이 가벼워진 점도 OK금융이 인수를 고려하게 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19일 금융권 및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OK금융은 지난 13일부터 페퍼저축은행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실사는 약 한 달 여간 진행될 예정이다. OK금융은 실사 종료 후 내부 논의를 거쳐 페퍼저축은행에 대한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OK금융은 이미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적정 인수가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큼 IB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페퍼저축은행 실사가 상상인저축은행을 매각해야 하는 상상인그룹에 대한 압박용 카드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관련해 OK금융은 페퍼저축은행 역시 동등한 관점에서 인수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실사 진행을 두고 OK금융이 페퍼저축은행의 인수를 더 매력적으로 평가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페퍼저축은행은 상상인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인천·경기지역 영업권을 보유하고 있어 수도권 전체 영업권 확보를 노리는 OK금융의 인수 목표와도 부합한다.
이에 더해 영업력 자체도 페퍼저축은행이 상상인저축은행보다 월등하다는 점도 인수를 검토하는 근거로 지목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페퍼저축은행의 영업권역 내 네트워킹이 (상상인저축은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자본적정성 역시 페퍼저축은행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1.83%로 상상인저축은행(10.23%)을 웃돈다. 페퍼저축은행은 재작년부터 매년 꾸준히 자본확충을 통해 건전성 회복에 나서고 있다. 올해도 2월 총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만큼 BIS비율은 12%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페퍼저축은행이 최근 빠른 속도로 자산 규모를 줄여온 점도 인수 실사에 나선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자산 규모 축소는 그만큼 적정 몸값이 낮아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3조1943억원으로 최대 수준이었던 7조1949억원(2022년 3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상인저축은행(2조7554억원)과의 격차도 크지 않은 편이다.
외국계기업이라는 특성 역시 인수 협상에 돌입할 시 OK금융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매각가를 높이는 것보다 목표시점까지 매각을 완료하는 게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의 경우 (매각 시) 가격보다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며 "인수 여부만 합의되면 가격 협상은 오히려 신속히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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