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연내 마무리되면 한진그룹의 대내·외 위상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통합 대한항공이 세계 10위권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부상하는 데다 국내 재계 순위도 상승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화학적 결합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약 2년간 독립 자회사로 두고 운영하면서 경영 방식을 통일할 뿐 아니라 한진그룹 DNA를 이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 유럽연합 승인 조건 모두 '충족'…2020년 11월 후 4년만 결실
29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 제시한 선결 요건을 모두 충족시켰다며 심사를 종결했다. EC가 올 2월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지 약 9개월여 만에 최종 승인을 내린 것이다.
앞서 EC는 ▲유럽 4개 중복노선의 신규 항공사 진입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수자 승인 등을 내걸었다. 대한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으로 파리·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로마 노선을 이관한 뒤 안정적인 운항을 지원했다. 또 올 8월 국내 유일 화물 전문 항공사인 에어인천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발표한 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한 총 14개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해외 경쟁당국 중 한 국가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할 경우 이번 합병은 완전 무산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심사가 지연되는 등 난관도 적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현재 필수 신고국 가운데 미국의 승인만 남겨 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승인을 득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법무부(DOJ)의 경우 승인 여부를 발표하는 타국 경쟁당국과 다르게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승인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 대한항공, 지분율 63.9% 확보…글로벌 10위권 캐리어 등극
대한항공은 EC의 조건부 승인이 발표될 당시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기한을 올 3월31일에서 12월20일로 연기했다. 해당 계획에 따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12월 중 단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확보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품게 되면 양사 기단 규모는 총 247대가 된다. 이날 기준 대한항공은 167대, 아시아나항공은 80대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더해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30대)와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21대)·에어서울(6대)의 기재까지 포함하면 304대다. 또 올 들어 10월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 수송 편수는 총 3352만3755명을 기록했는데, 여객 수송 규모 기준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계열 LCC까지 포함하면 5134만2363명으로 더욱 늘어난다.
한진그룹 위상도 높아질 전망이다. 한진그룹의 지난해 재계 순위는 14위를 기록했으며, 공정자산은 39조920억원이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아시아나항공은 올 3분기 말 총 자산이 각각 4조1603억원, 1조3155억원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으로 한진그룹 자산총계는 5조5000억원에 육박하며, 재계 순위도 두 단계 이상 뛰어오르게 된다.
아울러 한진그룹 산하 항공사 종사자 수는 약 2만명(대한항공·진에어)에서 3만명(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포함)으로 50% 증가하며, 지상조업사와 정비 계열사 등까지 포함하면 4만명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 아시아나, 2년 독립 운영…한진그룹 DNA 이식·경영전략 통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편입 이후 곧바로 흡수합병하지는 않는다. 약 2년의 유예 기간 화학적 결합 과정을 거친 뒤 '통합 대한항공'으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우선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 리더십 교체를 단행할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소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한 배경도 이를 반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 실시한 임원인사에서 상무 2명의 승진자만 배출했다. 2022년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오히려 인사 규모를 축소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C레벨급 변화를 주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완료 후 초대 대표이사에 누구를 선임할 지도 관심이다. 업계는 현재 부사장급 중에서 항공 영업과 노선 전략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한진그룹화'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주요 임원진 교체가 필수로 분석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40년 가까이 각기 다른 기업문화를 구축해 왔다. 재계·회계 분야나 업무 방식, 성과 보상 등의 차이를 조율해 일관성을 가지는 것이 핵심이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이어 규모의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소속된 스타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하고, 마일리지 통합 방안도 내놔야 한다.
한편 대한항공은 조만간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 절차(PMI)를 구체화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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