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의 농기계 기업인 TYM(티와이엠)이 최근 안팎으로 시끄럽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가 최근 들어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어서다. 오너일가를 둘러싼 리스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김희용 회장의 세 자녀들이 모두 위법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매출을 '뻥튀기' 했다는 혐의로 금융위원회의 최종 징계도 기다리고 있다. 딜사이트는 티와이엠의 현 상황과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농기계 제조업체인 TYM(티와이엠)의 수익성 악화 속도가 유독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와이엠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하비파머'(취미로 농사를 짓는 사람을 의미하는 신조어)의 등장에 힘입어 사상 첫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 실적 상승세가 꺾였다.
티와이엠은 당분간 농기계 판매 정체 현상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첨단 스마트 농업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에 그칠 뿐 아니라 북미 시장을 향한 절대적인 의존도를 낮추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다.
◆ 팬데믹 특수 '이례적 호실적'…엔데믹 전환 후 수익 역성장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티와이엠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4383억원과 영업이익 2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매출은 약 9%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64% 급감했다. 순이익도 반토막 난 242억원으로 나타났다.
외형 대비 이익 하락폭이 컸던 주된 요인으로는 비용 통제 실패를 꼽을 수 있다. 원가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판매비와관리비 절감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티와이엠의 올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71.2%에서 78%로 높아진 반면, 판관비율은 1%p(포인트) 상승한 17%에 육박했다.
티와이엠 관계자는 "북미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한 프로모션 확대로 매출은 줄었지만,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으로 비용 지출이 크게 늘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낮은 농기계 특성 상 영업이익 감소폭이 더 크게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벽산그룹 모태인 티와이엠(옛 동양물산)은 1951년 설립된 이후 트랙터와 콤바인, 이앙기 등 농기계를 판매하며 성장해 왔다. 2000년대만 해도 티와이엠의 연간 매출 성장률은 1% 수준이었지만, 2010년 중반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완만한 증가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농촌 인구 감소 등에 따른 농업 기계화 추세가 가속화됐을 뿐 아니라 티와이엠의 수출 경쟁력 확보로 해외 물량을 수주한 영향이었다.
실제로 2016년 말 연결기준 3589억원이던 티와이엠 매출은 이듬해 47% 늘어난 5283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으며, 2018년에도 전년보다 12% 가량 확대된 5899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티와이엠은 2020년 발발한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게 됐다.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소규모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티와이엠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매출이 평균 24%씩 커졌다.
특히 티와이엠은 2022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연매출 1조1661억원과 영업이익 1220억원을 달성했다. 당시 농기계부문 매출은 40% 성장한 1조1234억원을 냈으며,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51.8%에서 62.7%로 10.9%p 상승했다.
◆ 자율주행 서비스 등 뒤늦은 사업 다각화…'脫미국' 속도
문제는 지난해부터 티와이엠 매출과 수익성에서 포착된 이상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28% 넘게 줄어든 836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역시 37% 축소된 765억원을 내는데 그쳤다.
아울러 티와이엠은 올 상반기 말 기준 수익성 지표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55% 위축된 313억원이었으며, 영업이익률은 7.8%p 하락한 5.2%로 떨어졌다.
티와이엠은 이익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뒤늦게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티와이엠은 농기계 부문 외에도 담배 필터 사업을 영위 중이지만, 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데다 극적인 실적 성장도 힘들다.
먼저 티와이엠이 2020년 세운 자회사 TYMICT(티와이엠아이씨티)는 지난 2년간 첨단 농기계 기술 개발을 진행했고, 올 6월 첫 결과물인 자율주행키트 '애그딕트' A시리즈 제품을 출시했다. 애그딕트 A시리즈 소비자가 이미 사용하는 농기계에 장착하는 자율주행키드로 메인 컨트롤러와 자동조향장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됐다.
다만 아직 사업 초반인 만큼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로 티와이엠아이씨티는 지난해 말 영업적자 5억원과 순손실 5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티와이엠에 집계된 자율주행 관련 매출은 1억원을 밑돌았다.
티와이엠아이씨티는 오는 2026년 완전자율 농기계 연구개발(R&D)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지속적인 개발비 투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경쟁사인 대동과 엘에스엠트론 등이 원격제어가 가능한 서비스 등을 이미 판매 중이라는 점도 집고 넘어갈 부분이다.
◆ 해외시장 다변화 추진…내년 유럽법인 설립 예정
티와이엠은 북미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시장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내년 상반기 중으로 설립이 예정된 유럽 법인이 있다. 또 동남아 시장의 현지 로드쇼와 전시회 참가 등도 구상 중이다. 현재 티와이엠의 해외 법인은 미국의 TYM North America, Inc.(지분율 100%)와 중국 안휘국제경전기말계유한공사(51%) 2곳 뿐 이다. 국내 농기계 1위 업체인 대동의 경우 미국과 중국 뿐 아니라 캐나다, 유럽에 현지 법인과 딜러사를 운영 중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다소 뒤늦은 진출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티와이엠 전체 매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2.8%였는데, 지난해 말 64.6%에서 6개월 만에 11.8%p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회사 차원의 의존도 줄이기 노력에 따른 결과로 보기는 힘들다. 미국 법인 판매가 축소되면서 한국과 기타 시장의 판매 비중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라는 설명이다.
티와이엠 관계자는 "북미 시장은 고금리 여파로 소비자의 구매 심리가 위축됐고, 이는 새로운 농기계에 대한 수요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완전히 새로운 신사업을 준비하기보다는, 농기계 시장의 발전 트렌드에 맞춰 첨단 스마트 농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