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온라인 명품 플랫폼 트렌비가 차별점으로 내세우던 해외 소싱에 발목이 잡혔다. 해외에서 상품을 직접 들여오기 위해 설립한 해외 법인들이 줄줄이 손실로 전환하면서다. 트렌비는 신사업인 중고거래를 통해 반등을 모색 중이지만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가 올 하반기부터 중고거래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라 이 역시 높은 경쟁 강도가 예상된다.
트렌비는 박경훈 대표가 2017년 영국에서 창업한 온라인 명품 플랫폼으로 영국과 독일,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으로 5개 해외법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해외 법인을 통해 트렌비는 차별점을 만들었다. 이 회사의 초기 서비스는 전세계 명품 정보를 모아 보여주는 것이었다. 명품업계의 '스카이스캐너'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해외지사를 둔 덕에 트렌비는 다른 국내 명품 플랫폼 대비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었다. 트렌비는 각 해외지사에 소싱과 감정인력을 직접 두며 현지 부티크를 통해 한국으로 상품을 들여왔다. 유럽의 명품 부티크는 명품 브랜드와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도매업체로 명품 유통구조의 최상위 공급자다. 트렌비는 현지 유통망을 구축하면서 병행수입업체의 상품을 판매하는 다른 플랫폼 대비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수익성 면에서도 해외법인들은 트렌비를 지탱하는 큰 축이었다. 트렌비는 2022년 연결기준 208억원의 영업손실, 21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해외법인은 영국(10억원), 독일(7억원), 미국(5억원)으로 총 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순손실을 기록하던 국내와 달리 해외법인이 순이익을 내며 유동성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상황은 반전됐다. 2023년과 2024년 독일을 제외한 4개 해외법인이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2022년 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영국법인은 작년 15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일본과 이탈리아법인은 현재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독일법인도 작년 순이익이 2억9000만원에 그쳤다. 그 결과 트렌비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직원급여를 2023년 59억원에서 2024년 37억원으로 22억원 줄였음에도 연결 적자는 32억원에서 30억원으로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해외지사를 통한 소싱으로 생존이 어려워지자 트렌비는 중고거래와 글로벌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트렌비는 새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자신의 중고 상품을 트렌비에 판매하고 그 판매대금으로 다시 새 상품을 구매하는 '셔플 서비스'를 통해 명품 중고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사업은 글로벌 플랫폼 '트렌비 닷넷'을 만들며 발을 들였다.
트렌비는 신규사업을 중심으로 반등을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트렌비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과 중고거래사업 매출총이익은 작년 10월 대비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반으로 트렌비는 지난달 2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첫 흑자를 기록했다. 트렌비는 올해 20억원의 영업이익을 목표로 잡고 있다.
다만 향후 중고거래시장은 한층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월간활성화이용자(MAU) 수가 600만명에 달하는 패션공룡 무신사가 올 하반기부터 이 시장에 뛰어든다.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까지도 중고 거래를 중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트렌비와 치열한 각축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중고 명품거래 플랫폼이 기존에 없던 게 아니고 번개장터와 같은 플랫폼에서도 이미 명품 거래가 많이 되고 있다"며 "번개장터 역시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트렌비가 명품 중고거래로 단기간에 수익을 낼지는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트렌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비즈니스 구조로 봤을 때 해외법인의 직접적인 역할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며 "향후 해외법인들을 통해 다시 소싱을 확장하거나 새롭게 확장 중인 '중고 비즈니스'와 '글로벌'의 연계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계획도 염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유한 유동자산과 함께 신규사업을 통해 이익을 강화하며 투자금 없이도 지속경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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