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크림(KREAM)이 지난해 국내 실적 기준으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IPO(기업공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설립 이후 누적된 대규모 결손금이 당기순손실로 이어지며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손실은 영업적 성과보다는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사채(CB) 등 대규모 투자 유치에 따른 금융부채의 공정가치 평가손실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는 기업 가치가 상승함에 따른 회계상 부채 인식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IPO를 통해 자본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도 커진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인 상황이다. 이에 크림은 사업 확장을 통한 수익 창출 발굴에 힘쓸 방침이다.
개인간거래(C2C) 커머스 서비스인 크림은 네이버의 손자회사로 2022년 1분기부터 네이버 커머스 영역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스노우(38.82%)로, 네이버는 4.87%의 지분율을 보유중이다.
크림은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 1775억원, 영업손실 8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45.3% 증가, 영업손실은 78.2% 감소한 값이다. 지난해부터 연결 자회사로 편입된 일본 소다(SODA)의 실적을 반영하면 연결 매출은 2976억원에 달한다. 크림 관계자는 "판매 카테고리 확장과 비용 효율화 노력 덕에 한일 양국에서 거래량이 늘었고, 무엇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국내 실적 기준 에비타 19억원 흑자를 기록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크림은 회계 장부상 4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회사의 자본총계는 ▲2021년 -648억원 ▲2022년 -2752억원 ▲2023년 -2580억원 ▲2024년 -3216억원에 달한다. 결손금이 889억원→3522억원→3414억원→4141억원 발생한 탓이다.
이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대규모의 메자닌(Mezzanine) 금융 상품 발생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크림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정가치 측정 금융부채'의 구성내역은 ▲RCPS 5522억원 ▲CB 153억원▲풋옵션 부채 20억원이다. 총 5696억원 규모로, 전년도에 비해 825억원 늘었다.
'공정가치 측정 금융부채'란 시장 상황(주가, 이자율, 변동성 등)에 따라 가치가 계속 바뀌는 부채로, 이 가치 변화는 매년 회계상 이익 또는 손실로 처리된다. 현금이 직접 들어오거나 나간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크림은 2023년 40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으나 금융수익으로 528억원이 기록되며 당기순이익(108억원) 흑자전환했다.
통상 메자닌 상품들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보장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의 유연성은 확보할 수 있으나, 부채로 분류될 경우 결손금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기업 가치가 오르면서 투자 당시 원금과 생긴 갭차이만큼 손실로 잡히기 때문이다. 크림의 성장성을 인정받아 대규모 투자금액 조달에 성공했지만, 이것이 회계상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딜레마로 작용하는 셈이다.
크림으로서는 기업공개(IPO)를 완수해야 하는 책무가 막중해졌다. 크림은 지난해 미래에셋캐피탈로부터 CB 투자를 받으며 1조2000억원 상당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23년에는 김영기 최고재무관리자(CFO)를 영입해 재무지표를 개선, IPO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림은 아직은 시장상황을 관망할 때라는 입장이다. 크림 관계자는 "회사는 꾸준히 사업을 키워나가면서 시장도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IPO 시점을 제시하기보다 사용자층을 넓히고 판매자들도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게 아직까지는 최우선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크림의 연결 자회사들도 아직은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크림은 종속기업인 '팹' 주식회사에 대해 80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으며, 관계기업인 'SHAKE HANDS SDN BHD'에 대해서도 전액(22억원) 손상차손(22억원)을 인식했다. 최근 사업 전망과 수익성 등을 검토한 결과 회수가능가치가 장부금액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지난해 크림의 종속기업 중 페이머스스튜디오 주식회사를 제외한 5개 기업과 주식회사 팀플러스를 제외한 5개 관계 기업에서 모두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크림은 올해 외형 확장은 물론 내실을 챙기기 위해 사활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크림은 4년 간 영업손실 폭을 595억원→861억원→408억원→89억원으로 줄여오고 있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87억원으로 흑자전환했으며, 유동자산도 868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 증가했다. RCPS를 제외한 유동비율은 132%다. 통상 유동비율이 100~200%일 때 일반적인 수준으로 여겨진다.
앞선 관계자는 "올해 역시 현재까지 진행해 온 사업은 물론, 향후 그 범위를 확장해가며 새로운 소비문화를 선도해나가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리퍼비시 테크, 중고 명품 등 새로운 영역의 성장세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와 같은 영역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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