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게임업계 '1세대 원화가' 출신으로 유명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제치고 국내 게임업계 주요 자산가로 급부상했다.
김형태 대표는 1998년 게임제작사 만트라에 산업기능요원으로 입사하며 게임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소프트맥스 등에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로 두각을 나타냈으며 엔씨소프트에서 히트작 '블레이드 앤 소울'의 아트디렉터로 활약하며 업계 내 입지를 다졌다. 2014년 엔씨소프트를 나와 같은 해 시프트업을 설립, 독립 경영에 나섰다.
시프트업은 2016년 '데스티니 차일드'로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2022년에는 '승리의 여신: 니케', 2024년에는 '스텔라 블레이드'를 선보였다. 김 대표가 내놓은 3개작 모두 연이은 흥행에 성공하며 게임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시프트업은 IPO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시장은 시프트업을 '제2의 크래프톤'으로 기대하며 높게 평가했다. 다만 시프트업은 IPO를 준비하는 내내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조 단위 매출을 자랑하는 일본 대형 게임사 3곳과 비교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프트업 실적에 비해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었다. 시프트업 2023년 매출은 1685억원, 영업이익은 1110억원이었다.
시프트업의 상장 공동대표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 JP모간증권, NH투자증권은 비교대상기업으로 ▲스퀘어에닉스 ▲사이버에이전트 ▲카도카와 등 일본 대형 게임 3사를 선정했다. 글로벌 게임사 191곳 중 시프트업과 재무적(시가총액 1조원 이상 10조원 이하 등), 사업적(콘솔게임 및 서브컬처 게임 개발사) 유사성 등을 비교한 결과 이들 3사를 비교기업으로 확보했다는 게 공동대표주관사 측의 설명이다.
공동대표주관사는 2023년 실적을 토대로 스퀘어에닉스(40.66배), 사이버에이전트(41.33배), 카도카와(35.75배) 등 3곳의 PER 평균 39.25배를 도출했다. 이를 적용한 시프트업의 주당 평가액은 7만421원이다. 여기에 최근 5개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할인율 14.80~33.26%를 적용해 기관 수요예측에 나설 희망 공모가 밴드를 4만7000~6만원으로 확정했다. 해당 범위로 상장 후 시프트업의 시가총액을 계상하면 2조7926억~3조5647억원이었다.
시프트업은 공모가 최상단인 6만원으로 확정하고 지난해 7월 상장을 완료했다. 시프트업은 크래프톤(12조5748억원), 넷마블(5조5354억원), 엔씨소프트(4조6652억원) 이어 국내 4위 규모 게임사로 자리 잡았다.
이후 같은 해 '스텔라 블레이드'까지 연이어 흥행하며 게임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김 대표가 보유한 시프트업 지분은 38.85%(2266만1370주)다. 10일 기준 주가 5만7200원을 적용하면 그의 자산가치는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업계 내 가장 많은 자산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2조2114억원)의 뒤를 잇는 게임업계 주식부호 자리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자산 규모(약 4273억원)도 훌쩍 넘는 수준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시프트업의 약진에 대해 "전통적인 대형 게임사 중심 시장구도를 흔드는 중요한 변화의 신호"라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프트업과 같은 중견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엔씨소프트나 넥슨이 지배하던 게임시장이 새로운 경쟁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프트업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단기간에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 관리나 인력 운용 체계가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주요 매출원인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 등 소수 인기작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차기작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재무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시장에서는 시프트업의 높은 주가가 향후 지속 가능한 지를 두고 의문을 던지고 있다. 매출원인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의 차기작 흥행 여부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시프트업의 주가는 지난해 7월 상장 당시 8만9500원이었으나 우하향세를 보이며 현재 36%가량 떨어졌다.
이에 대해 시프트업은 글로벌 시장 공략과 신규 IP 개발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니케는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텐센트가 퍼블리싱을 맡아 강력한 현지 유통망을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올해 6월 스텔라 블레이드의 PC버전 출시도 계획돼 있다. 콘솔시장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만큼 PC 플랫폼 확장을 통해 신규 유저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시프트업은 차기작 '프로젝트 위치스'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이 게임은 회사의 새로운 성장 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올해 니케 글로벌의 안정적인 성과 유지와 작년 4월 출시한 스텔라블레이드 성과가 반영돼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규 게임 개발과 다양한 콘텐츠 확장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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