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표결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결국 탄핵이 부결됐다. 그 장면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
그런데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딱 한 명 안철수 의원이 본회의장에 남아 시선을 집중시켰다. 외로이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던 그 모습을 보면서 기자로서 25년간 지켜봐 온 안 의원의 걸어온 길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지금은 정치인이지만 그는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사업화해 성공한 기업인으로 더 많은 시간을 살았다.
안 의원은 1988년 컴퓨터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았던 시기에 국산 컴퓨터 안티바이러스인 V1(백신)을 홀로 만들었다. 이후 바이러스가 나올 때마다 혼자서 안티바이러스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당시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에게 너무나 고맙고 존경스러운 존재였다.
7년간 낮에는 의사로 밤에는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1995년 의사의 삶보다는 기업인으로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 안철수 컴퓨터바이러스 연구소를 만들어 기업인으로서도 성공했다. 이후에는 학교로 적을 옮겨 벤처 기업 정신을 전하며 후학들을 지도했다. 우리 사회에 참으로 많은 선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그런데 갑자기 정치인 안철수가 아닌 초심의 안철수가 떠오른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마도 윤석열 정부가 지금까지 저지른 실정을 보면서 그 존재를 한국 사회를 혼란케 한 바이러스처럼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을 돌아보자.
대통령이 되자마자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당시 국방부였던 지금의 용산으로 옮겨왔다. 옮기는 과정에서 비용도 비용이지만 국방 시스템에 엄청난 과부화를 줬다. 수십년간 쌓아온 국방 시스템을 단시간에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이 얼마나 고된 과정이었을까.
지난해에는 윤 대통령이 느닷없이 "나눠먹기·갈라먹기식 R&D(연구개발)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R&D 예산을 15% 가까이 삭감했다. R&D 기간이 긴 기초·원천 연구는 지속성이 중요한데 예산 부족 등으로 일부 연구가 중단되고 연구원들도 빠져나가며 수년간 지속된 연구가 제로베이스로 돌아갔다. 한국의 연구개발 시스템을 단번에 망가뜨린 것이다.
올해는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며 2000명에 이르는 의대 증원을 밀어부쳤다. 이로 인해 수많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났다. 바로 대형 병원의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잘 갖춰졌다고 평가받던 한국 의료시스템이 무너졌다.
그리고 가장 최악은 12.3 계엄사태다. 지금까지 조사된 것만으로도 이번 계엄은 대한민국 헌법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 반세기 동안 선배들의 엄청난 희생을 통해 일궈온 헌법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시스템이 송두리째 망가질 위기였다.
우리 사회를 혼란케 한 부분을 고치고 새로운 시스템을 갖춰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그 키를 가지고 있는 여당에서는 외로이 안철수 의원만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 홀로 컴퓨터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국회는 또 다시 탄핵 표결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에서도 지금의 불확실성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주식시장과 환율을 보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그 어느 때 보다 엄중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대다수도 지금의 불확실성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안철수와 함께 안티바이러스 진영에 동참할 동지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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