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최근 중국 음란물 사이트에서 중국산 IP캠(인터넷 카메라)으로 찍은 한국인들의 사생활 동영상이 대거 유통되면서 중국 로봇청소기가 '몰카'(몰래카메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의 한 IT매체에서는 중국 로봇청소기 회사인 에코백스 제품이 악성 해커들로 인해 카메라와 마이크 등이 해킹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국내 시장을 장악한 중국산 로봇 청소기 제품에도 IP캠이 장착돼 있다. 중국산 IP캠은 제조사가 서버·기기에 사용자 정보를 빼갈 수 있는 '백도어'를 심어둔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 LG전자는 스마트 가전의 보안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고 이를 통해 중국 가전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음란사이트에 중국산 IP캠에 촬영된 한국인 동영상들이 업로드 되면서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라테스, 산부인과 분만실, 의류매장, 왁싱숍, 수영장 등 일상적으로 방문하고 신체를 노출하는 공간에 설치된 영상이었다. 해당 음란사이트에는 IP캠을 통해 일회성이 아닌 특정 대상을 꾸준히 관찰해 개인의 사생활 중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한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중국산 IP 캠에 찍힌 영상이 중국 음란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의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산 IP캠의 80% 이상이 해킹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연결된 IP 주소와 제조사 정보만 알면 1분도 안 걸려 해킹될 정도로 보안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용자가 모르고 있다"며 "IP 캠뿐 아니라 AI 스피커 등 인터넷으로 연결된 영상 및 통신 장비도 위험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 소비자들은 중국산 로봇청소기에 대한 보안 우려에 대해 아직 경각심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로봇청소기는 주요 가전제품 가운데 국내 업체가 중국 업체에게 밀리는 거의 유일한 품목이다. 국내 로봇청소기시장은 중국 업체인 로보락이 잠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25%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여전히 올해 상반기 중국 로보락의 점유율은 46.5%를 기록하며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50만원 이상 고가 로봇청소기 점유율만 따져보면 이 기간 로보락의 점유율은 65.7%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중국산 영상 보안 장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중국산 영상 보안 장비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고 영국·호주 등도 주요 국가 시설에서 중국산 영상 장비를 철거했다. 실제 지난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데프콘 해킹 컨퍼런스'에서 에코백스 로봇이 해킹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블루투스로 로봇을 해킹하거나 원격으로 마이크와 카메라를 몰래 키고 원격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산 제품의 보안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중국 브랜드의 가정용 로봇청소기인 DIQEE 360라는 제품은 원격 코드 실행과 관련된 취약점(과 마이크로SD 카드를 이용한 스크립트 취약점을 이용하면 도청이나 감시, 개인 정보 도용도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원격 제어만 가능한 일반 로봇청소기와 다르게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 통화와 방범 기능을 추가하면서 보안에 허점을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산 IP캠은 백도어를 심어준 제품이 많다. 제조 때부터 제조사만 드나들 수 있는 뒷문을 열어두고 사용자의 정보를 몰래 빼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또 중국 저가 제품의 경우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부족하고, 경쟁력 있는 보안 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업체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보안 문제를 보완해 소비자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보안 플랫폼 '녹스'(Knox)를 활용해 녹화 영상을 24시간만 보관하고 파기한다. 녹스는 스마트폰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모바일 보안 플랫폼이지만 기술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TV, 가전까지 적용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UL솔루션즈로부터 보안 분야에서 업계 최다 '다이아몬드 인증'을 획득했다. LG전자는 최고 수준의 보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제품에 LG 표준 보안개발 프로세스(LG SDL)를 적용했다. 데이터는 암호화 처리돼 외부로의 불법적인 유출을 방지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지난 4월 비스포크 AI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비스포크 AI 핵심은 신뢰할 수 있는 보안"이라며 "모든 제품에는 고객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삼성 녹스가 적용됐다. 또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녹스 매트릭스로 보안시스템을 제품간 상호 모니터링해 보안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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