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에 이어 '구독'을 가전부문의 새로운 전략 카드로 꺼내들지 관심이 쏠린다. 가전 구독은 이미 경쟁사 LG전자에 의해 수익성이 높은 사업모델로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정체된 가전부문의 실적 개선을 위해 이르면 연내 구독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를 중심으로 한 가전사업의 다양한 차기 전략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는 전략은 가전 구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자사 가전부문에 구독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르면 연내 AI 가전 강화와 연계한 구독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비스포크 AI 가전'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가전 구독 진출 가능성을 내비쳤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이미 가전 세척 서비스 등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며 "자세한 사항은 나중에 따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SK매직과의 렌탈 협업을 종료한 점을 고려하면 경쟁사 LG전자처럼 직접 구독 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가전 구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LG전자를 의식한 측면이 커 보인다. 가전 구독은 고가 신제품을 일정 기간 빌려 사용 가능한 서비스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고객을 묶어두는 '록인 효과'와 함께 안정적인 현금 유입도 기대된다. 이미 LG전자는 해당 서비스로 쏠쏠한 수익을 내고 있다. 'AI 가전=삼성' 전략만으론 당장의 매출 증대가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 보인다.

LG전자의 가전 구독 사업은 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LG전자는 지난 2009년부터 정수기 렌탈 사업에 진출한 후 품목을 확대하고, 관리·제휴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며 구독 사업을 강화해왔다. 특히 작년에는 생활가전뿐 아니라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으로 구독 범위를 확대,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LG전자의 구독 사업 매출은 9628억원으로 전년(7344억원)보다 31% 증가했다. 올 1분기 구독 사업 매출은 34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10억원)과 비교해 72% 늘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고성장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가전 간 연결성을 극대화한 가전의 AI화를 앞세워 가전부문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세탁·건조기와 냉장고, 로봇청소기 등 자사 가전에 AI 기술을 접목한 신제품 라인업 확대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즉각적인 실적 상승세로 이어지는 모습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그동안 부진했던 가전 수요를 끌어올리는 하나의 수단에 가까워 보인다.

삼성전자가 생활가전(DA)부문의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지만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6조6500억원)과 비교해 6.1% 줄어든 6조25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26조600억원으로 전년(27조4400억원)보다 5% 줄었다. 이를 LG전자의 생활가전(H&A)사업본부와 비교하면 올 1분기는 1.4배, 지난해 연간으로는 1.2배 낮은 금액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렌탈 사업은 하고 있지 않다"며 "가전 구독 사업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은 AI 가전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