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최근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선 하나마이크론이 최대주주의 낮은 참여율로 기업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대거 투자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지만, 이로 인한 기대감보다 실적 및 재무악화 등에 따른 불안감이 한층 불어난 형국이다.
시장에서는 비메모리 투자 성과는 물론 메모리 실적 개선도 조속히 이뤄져야 시장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하나마이크론은 비메모리 신규 수주에 따른 매출을 일부 확보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이어가며 반등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하나마이크론은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사업을 영위하는 후공정 전문기업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메모리 고객사 대상 수주를 통해 성장해 왔다. 최근에는 유망 반도체 산업으로 꼽히는 '비메모리' 부문에 대거 투자할 계획을 내비치고 수익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하나마이크론은 지난달 '비메모리 테스트 신규 수주에 따른 케파(CAPA) 증축'을 위해 824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발행 주식은 500만주로 전체 상장 주식의 9.58%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을 통해 비메모리 테스트 분야 연간 캐파(생산능력)가 기존 1520억원 규모에서 190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최창호 회장이 10%에 불과한 참여율을 기록하면서 기업가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투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에 최대주주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에 최 회장의 지분율(15.25%)도 유상증자 직전(16.62%) 대비 1.37% 포인트 감소했다. 추후 지배력 유지를 위해 지난해 발행한 제12회 영구전환사채 잔액(약 48억원)에 대한 콜옵션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지만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유상증자 직후 주가는 13% 가량 하락했고, 청약률(98.19%)도 100%를 밑돌았다. 1주당 0.15주를 지급하는 무상증자를 병행했음에도 투자 심리를 끌어올리는 데 실패한 셈이다.
이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의 20% 가량을 설비증설 관련 채무를 상환하는 데 투입하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 회사의 2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45%로 전년 동기(180%) 대비 60% 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앞서 최근 3년 동안 부채비율도 ▲2021년 134% ▲2022년 189% ▲2023년 217%로 재무 부담이 장기간 누적된 상태다. 최근 들어 현금창출력도 급감하면서 사업매출이 아닌 자금조달을 통해 부채를 돌려 막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순이익은(-261억원)과 영업활동현금흐름(-14억원)은 모두 적자 전환했다. 이에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815억원으로 전년 동기(1121억원) 대비 27.3% 줄었고 이익잉여금(283억원)도 전년 동기(602억원) 대비 53% 급감했다. 반면 기업 운영에 투입되는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은 올 2분기 2622억원으로 전년 동기(1773억원) 대비 47.9% 늘어나면서 비용 부담을 키웠다.
시장에서는 비메모리 투자 성과가 조속히 가시화 돼야 시장 심리를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반도체 다운턴 여파에 따라 당장의 단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재무악화 우려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기존 메모리 공급사들이 현재 보유 중인 재고 소진에 집중하면서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부문이 탄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증권사는 최근 이 회사의 올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 전망치 및 목표주가를 하향하기도 했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캐파를 늘리는 비메모리 부문은 내년 돼서야 본격적인 실적 기여가 이뤄질 전망"이라며 "외형이 성장한다 해도 내실은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나마이크론은 이번 유상증자가 비메모리 신규 수주에 기반해 일정 매출이 이미 보장된 만큼 추후 우호적인 시장 심리가 뒤따를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메모리 부문은 장기화된 다운턴 여파로 큰 폭의 개선을 이뤄내긴 어렵지만 점진적인 업황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마이크론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 운영자금 확보 차원이 아닌 신규 수주에 따른 것으로 일정 매출이 보장되다 보니 최근의 파급효과가 일어날 줄은 예상치 못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악화되는 등 여러 상황이 겹쳤지만 유상증자 자체를 악재라고 판단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부문은 재작년부터 이어진 다운턴이 장기화되면서 업황개선 시점이 계속 딜레이되는 상황"이라며 "올해에도 큰 폭 개선까진 어려워 보이지만 하반기엔 상반기보다 한층 개선된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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