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축 정태랑 레디로버스트머신 대표 대한민국 엔지니어상 수상"

11일 김해국제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50분을 달려 레디로버스트머신 공장 인근에 도착하니 현수막 하나가 달려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지난 5월 정태랑 대표를 '대한민국 엔지니어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은 산업 현장의 기술 혁신을 장려하고 기술자를 우대하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매달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엔지니어 1명씩을 뽑아 수여하는 상이다. 수상자는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500만원을 받는다. 정 대표는 기존에 방치하던 에너지를 축압기에 모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 'READi(레디)'를 개발해 건설장비 에너지 효율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중장비를 대상으로 에너지 회수 시스템을 개발·설치하는 기업답게 공장 앞 주차장에는 노란색의 굴착기 한 대가 세워져 있다. 굴착기에는 흰 바탕에 파란색 글씨로 'READiX(레디엑스)'라고 적혀 있는 장치가 부착돼 있다. READiX는 레디로버스트머신의 주요 제품이다. 위아래로 움직이며 굴착기의 팔 역할을 담당하는 '붐(boom)'의 동작에서 나오는 유압 에너지와 위치 에너지를 적극 사용한다.

건설기계는 유압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로 작업을 수행한다. 유압은 기름 등 비압축성 액체를 펌프 등으로 눌러내는 압력이다. 유압 시스템을 적용한 중장비는 기름에 가해진 에너지를 기계가 움직이는 힘으로 바꿔 작동한다. 더불어 굴착기가 흙을 파기 위해 붐이 공중에 떠 있다가 물체를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에 의해 하강하는 과정에서 위치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정태랑 대표는 두 개의 에너지를 활용해 연비효율의 극대화를 꾀했다. 붐을 지면으로 내릴 때 중력을 써 엔진 부하를 줄이는 형식으로 연료비를 아낀다. 또한 붐을 조종할 때 유압 탱크로 버려지던 에너지를 회수해 엔진을 보조할 수 있는 모터를 작동시키거나 붐을 들어 올릴 때 합류시키는 방식이다. 

전자는 에코(Eco) 모드, 후자는 파워(Power) 모드다. 고객사들은 결과적으로 기존 대비 최대 30%까지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 레디로버스트머신 관계자는 "30t(톤) 굴착기가 하루에 사용하는 경유는 200~250L에 이른다"며 "48t 장비는 400~500L의 경유가 들어간다"고 전했다. 8월 첫째주 전국 경유 판매가는 리터당 1544원을 기록했다. 다시 말해 38t 장비는 최대 11만5800원, 48t 장비는 최대 23만1600원 수준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READiX는 사물인터넷(IoT) 기술도 지원하고 있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원격 모드도 가능하다. 회사는 제품의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자 구체적인 신상품 라인을 구상하고 있다. 정 대표는 "현재 READiX는 30t 건설장비에 한정한 모델만 출시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38t, 48t, 70t, 90t, 100t까지 제품 라인업을 대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굴착기뿐만 아니라 건설용 크레인, 농림축산업에서 많이 쓰이는 트랙터나 휠로더 등 다양한 중장비에 READiX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며 "특히 회사가 항구 도시인 부산에 있는 만큼 해상에서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하버크레인나 리치스태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레디로버스트머신은 트랙터를 위한 에너지 회수 시스템 'READiT'를 출시할 계획이다.

정태랑 대표는 "전기굴착기도 유압이 없진 않다"며 "전기굴착기의 전기 소모량을 절약할 수 있는 에너지 회수 시스템 'READiEX'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READiX는 장비의 상태를 데이터화해 클라우드에 연동하는 관제 기능도 지닌다"며 "자사 제품이 들어가 있는 장비가 현장에서 고장나지 않도록 미리 정비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서비스 '사이트 솔루션'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굴착기가 쓰레기 운반·분류·처리 등 모든 일을 다하는 폐기물 처리장은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하루만 해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다"며 "관련 고객사들은 에너지 절약보다 기계가 계속해서 돌아가는 것을 더 중요시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이트 솔루션은 한 건당 100만원의 영업수익을 창출한다"며 "해당 서비스를 받은 이후 고객사에서 장비가 멈춘 사례가 아직 한번도 없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