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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아우토슈타트, 늦어져도 괜찮아
이세정 기자
2024.07.18 07:00:29
현대차그룹 GBC, 마천루 포기…정의선 회장의 '실용'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7일 08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설계 변경 신청 전 현대차그룹 GBC 조감도 (제공=서울시)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초고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계획이 추진된 지도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GBC가 세워지기로 한 삼성동 부지는 여전히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다.


GBC 건립이 세상에 처음 공개된 것은 현대차그룹이 2006년 뚝섬에 110층짜리 초고층 랜드마크 건설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서울의 맨하튼'이 될 예정이던 뚝섬 GBC는 2012년 무산됐다.


현대차그룹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4년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인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가 매물로 나오자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을 써내며 주인이 됐다. 통합 사옥으로 사용될 GBC를 독일의 폭스바겐 본사가 위치한 관광 명소인 '아우토슈타트'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GBC 건립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마지막 숙원사업이다. 정 명예회장이 직접 "GBC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100년을 상징이자 초일류 기업의 중심"이라고 칭한 만큼 삼성동 GBC 건립은 속도를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서울시와 국방부, 국토교통부 등 가는 길목마다 발목을 잡혔다. 우여곡절 끝에 현대차그룹은 2020년 5월 GBC 착공을 위한 첫 삽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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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현대차그룹은 오너 3세인 정의선 회장 체제로 전환됐다. 2020년 10월 그룹 총수에 오른 정 회장은 '불도저경영'을 펼친 부친과 달리 '실속파'였다. 정 회장은 2021년 2월 GBC 높이를 50층 수준으로 낮추고 3개 동으로 변경하며 한국의 '마천루'라는 상징성을 포기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대외적으로 직면했던 상황을 따져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글로벌 경영 환경이 불안정했던 데다 105층 빌딩을 건설하기 위해 내야 하는 비용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차그룹은 공공기여(기부채납)금으로 약 1조원을 납부해야 했고, 공군 작전 방해 논란 해소 차원에서 공군이 새로 구매하는 신규 레이더 비용 수 조원도 대신 내줘야 했다.


설계 변경 신청을 한 현대차그룹 GBC 투시도.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서울시에 GBC 건립 설계 변경을 신청한 것은 팬데믹 여파가 소멸된 올해 2월이다. 55층 2개동과 문화·편의시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저층부 4개동 총 6개동으로 조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전시·컨벤션, 공연장, 판매시설, 호텔 등의 저층부는 도심숲과의 유기적인 연계 배치로 시민들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이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2016년 사전 협상된 계획을 따라야 한다며 강경하게 맞섰다.


물론 서울시의 억지는 아니다. 애초 105층 빌딩이라는 상징성에 맞춰 인센티브를 제공한 만큼 기존 계획을 바꾸면 재협상이 불가피해서다. 나아가 서울시가 변경 설계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특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연내 새로운 GBC 설계 변경안을 제출하기로 하며 한 발 물러났다.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GBC를 굳이 높게 지어야 할 필요성은 없다. 혹자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에 빛나는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위상에 걸맞는 사옥이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은 건물을 갈망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이 GBC 명칭을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로 바꾼 배경에도 상징성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미래와 영속성을 신경써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은 그룹사 맏형 격인 현대차와 기아가 두 자릿수의 이익률을 기록할 만큼 영업 환경이 우호적이지만, 언제 다시 팬데믹과 같은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 단순하게 물가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이전보다 최소 2배 이상 인상된 부분은 재무 부담을 가중시킨다.


현대차그룹은 GBC 건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 회장 선택지가 사실상 정해진 만큼 서울시와의 협상 과정은 길고 험난할 전망이다.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한국판 아우토슈타트의 등장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이 크다. 그렇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상황이 변했다. 천문학적 지출이 예고된 GBC를 초고층으로만 지어야 한다는 주장은 욕심일 뿐이다. 나아가 GBC가 현대차그룹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인 만큼 첫 단추의 중요성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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