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거래 수수료를 낮추는 전략으로 이용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빗썸을 비롯한 일부 거래소는 수수료를 낮추면서 거래량을 높아지는 등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긴 했지만 수수료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는 거래소 사업 특성 상 오히려 영업이익은 하락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수수료 인하와 같은 단기적인 전략보다는 서비스 개선과 가치 있는 코인 상장 등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빗썸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했다가 올초부터는 다시 유료로 전환하고 있다. 빗썸은 2월부터 수수료 쿠폰을 이용할 시 모든 가상자산 거래에 0.04%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코빗은 이용자가 0.05%의 수수료를 내거나 받거나 거래대금의 0.01~0.05% 수준의 인센티브를 받는 것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고팍스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유에스디코인 등 메이저 코인 4 종에 한해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업비트는 0.05%, 코인원은 0.2%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 두 거래소만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익원은 거래 수수료이지만 빗썸이 지난해 '수수료 무료'라는 승부수를 내 건 것은 오는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10%이하였지만 수수료를 받지 않은 10월 이후에는 최고 30%까지 오르기도 했다.
빗썸이 업비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의 거래량을 일부 가져가는 모양새가 되면서 타 거래소들의 위기감도 증폭됐다. 이에 따라 코빗, 고팍스 등이 연이어 수수료를 받지 않기 시작했고 올 초부터는 유료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수료를 내세우며 경쟁하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거래소들이 낮은 수수료로 경쟁하기 시작하면서 영업이익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빗썸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은 1358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으며 14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전환했다. 10월부터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실시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코빗과 고팍스는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빗썸과 마찬가지로 실적이 악화됐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나마 점유율을 끌어올린 빗썸과 달리 1일 기준 코빗의 거래량은 330억원, 고팍스는 225억원으로 정체돼있다. 수수료 무료 정책에 따른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수수료를 통한 '치킨 게임'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빗썸의 경우엔 IPO 앞두고 일종의 쇄신을 위한 이벤트성 퍼포먼스였다고 생각하지만, 코빗과 고팍스는 수수료를 낮출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다"며 "실제로 코빗과 고팍스 내부에서도 '왜 빗썸을 따라하느냐'라며 수수료 무료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거래소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를 낮추고 효과를 보니 다른 거래소도 줄줄이 따라하면서 다시 점유율은 원상복귀되고 영업적자만 확대된 상황이다"며 "서비스를 개선하고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코인을 상장해야만 높은 거래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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