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고금리 여파 등으로 전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최근 한국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은 커지고 있어 크로스보더 딜에는 오히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 딜사이트가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M&A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M&A 보릿고개, PEF 운용전략'이라는 주제로 사모펀드(PEF) 업계 및 유관기관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김유진 모건스탠리 기업금융부 상무(사진)는 '크로스보더 M&A 동향 및 주요 고려사항'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크로스보더 M&A는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발생하는 인수합병 거래를 의미한다.
김 상무에 따르면 지난 5년(2018~2022년) 간 발생한 국내 크로스보더 M&A 건수 중 81.7%가 전략적투자자(SI) 주도로 이뤄졌다.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의 82.7%가 SI로부터 비롯됐다.
이 기간 SI들은 사업 다각화, 신규 시장 진출, 원천 기술 확보 등을 위해 크로스보더 딜을 단행했다. 이들은 북미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지난 5년 간 거래금액의 48.5%, 거래건수의 42.3%가 쏠렸다. 특히 저금리로 인해 자본조달 비용이 낮았던 2021년에 투자가 집중됐다. 이 시기 전세계 거래액은 270억달러, 북미지역 거래액은 133억달러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대표적인 크로스보더 딜로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NAND) 사업부 인수(2020)가 있다. 신규 시장 진출 예시로는 CJ제일제당의 슈완스(Schwan's) 인수(2019)를 꼽을 수 있다. 원천 기술 확보 사례로는 현대자동차와 앱티브(Aptiv)의 조인트벤처(JV) 설립(2020)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최근에는 크로스보더 딜이 크게 줄었다. 금리와 미국 달러 환율이 함께 오른 탓이다. 지난해 전세계 거래액은 전년 대비 53.7% 줄어든 125억달러, 동 기간 북미지역 거래액은 전년 대비 37.6% 감소한 83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자금 집행에 신중해졌고, 전세계 거래액은 11월 누적 기준 15억달러로 급감했다.
김 상무는 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내 투자자가 크로스보더 딜을 추진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K-콘텐츠 등에 힘입어 수년 새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위상이 급격히 높아진 덕분이다.
다만 재무적투자자(FI)가 직접 해외 딜을 발굴하고 추후 투자회수(엑시트)까지 이뤄내기는 어려우므로, FI들은 그간 국내 크로스보더 딜을 주도해온 SI들과 공동투자를 추진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고 김 상무는 조언했다.
김 상무는 "한국 기업들의 세계적 위상이 제고되고 있으며 반대로 중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크로스보더 딜을 추진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FI들은 SI와 공동투자를 고려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딜 소싱을 원활히 하려면 해외 매물을 소개할 수 있는 외국계 투자은행, 부띠끄 등과 접촉하면 좋다"며 "투자자는 자문사에 희망사항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동시에 해외 기관 등에 딜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와 진정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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