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올 상반기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거래 규모가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바이아웃 딜에 활발히 나섰던 사모투자펀드(PEF)들이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부담 등으로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규 사업부문 진출을 타진하는 기업들의 지분투자 거래 규모는 오히려 전년 대비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7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이뤄진 경영권 이전 거래(완료 기준)는 23조3338억원으로, 총 117건이었다. 지분인수도 거래 규모는 올해 상반기 18조7406억원으로 총 147건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경영권 이전 거래액은 약 13조원 줄어들었고, 지분인수도 거래액은 4조3262억원 늘어났다.

이처럼 경영권 인수 거래가 줄어든 건 과거 대규모 경영권 인수 거래를 주도해 왔던 PEF들이 좀처럼 시장에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상반기 잔금납입이 완료된 조 단위 경영권 인수 거래를 살펴보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인수주체로 나서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거래들이 주를 이뤘다.

올 상반기에도 MBK파트너스의 메디트 인수 거래나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MBK파트너스· 유니슨캐피탈코리아)의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지분 공개매수 거래 등 PEF들이 인수 주체로 나선 거래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거래 건수나 규모가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이처럼 PEF들이 경영권 인수 거래에 소극적인 이유는 과거와 달리 자금조달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 인수금융 조달 금리는 6~7% 수준으로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이다. 이로 인해 인수주체들이 인수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에 쉽사리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출자기관(LP)들의 보수적인 출자 기조도 이어지고 있어 LP를 통한 자금조달 또한 여의치 않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대한 이견 또한 여전하다. 지난해 시장 경색과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자금줄이 끊긴 기업들이 몸값을 낮춰 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쉽사리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있어 PEF와 피인수회사 기업 간에 몸값에 대한 이견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PEF와 기업들이 경영권 인수 거래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지분 인수도 거래 규모는 오히려 작년 상반기 대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사업 진출을 타진하는 대기업이나 기업들이 협력회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소수지분을 투자하는 거래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소수지분 투자의 경우 조달 부담이 큰 경영권 인수 거래와 달리 기업들이 자체 현금을 활용하는 거래라는 점 또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지분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최근에는 PEF들도 비교적 리스크가 큰 경영권 인수 거래에 뛰어드는 대신 리스크 헷지 차원의 소수지분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LP들이 투자를 꺼려하면서 PEF들의 투자가 상당히 줄어든 반면, 대기업이나 기업들의 협력회사 소수지분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딜이 적어지고 소수 지분투자 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