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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기대감, 회사채 강세…역대급 기록 쏟아져
백승룡 기자
2023.07.07 06:10:18
공모 회사채 발행시장, 대규모 투자수요 지속…건설채 외면 '선별적 투자'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6일 08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연초부터 회사채 시장을 달궜던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는 올해 상반기 내내 온기를 지속하면서 시장을 떠받쳤다.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나가면서 시장의 시선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쏠린 영향이다. 회사채 시장에 유동성이 몰리자 기업들은 앞다퉈 자금조달에 나섰고, 여러 기록들이 새롭게 쓰였다. 다만 이같은 회사채 시장의 강세에도 신용등급과 실적에 따른 양극화는 선명하게 두드러졌다.


◆ 멈춰 선 금리…대규모 투자수요로 이어져


6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의 최대 매수주문 기록은 올 상반기에만 총 3차례나 경신됐다.


처음 세워진 기록은 올해 첫 수요예측 주자로 나선 KT(AAA)가 주인공이었다. 지난 1월 4일 1500억원 규모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KT는 2조8850억원에 달하는 매수주문을 끌어모으면서 2012년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KT의 기록은 불과 하루 만에 깨졌다. 이튿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포스코(AA+)가 3500억원 규모 모집 대비 3조9700억원에 달하는 투자수요를 확보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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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빅 이슈어(issuer) 그룹 중 하나로 꼽히는 LG그룹에서도 LG유플러스(AA0), LG화학(AA+) 등이 3조원을 웃도는 대규모 매수자금을 받으면서 포스코의 기록에 근접했다. 이들의 수요예측에 몰린 자금은 ▲LG유플러스 3조2600억원 ▲LG화학 3조8750억원으로 신기록 경신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마침내 포스코의 기록을 무너뜨린 곳은 결국 LG그룹이었다. 출범 이후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AA0)이 지난달 말 4조7200억원에 달하는 매수주문을 받으면서다.


이처럼 회사채 시장에 대규모 투자수요가 잇따른 것은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한 영향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로 인상한 이후 2월·4월·5월 등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높이면서 시작된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는 데 시장의 무게가 실리게 됐다. 조기 금리인상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수개월간 기준금리를 밑돌았고, 회사채의 금리 메리트가 높아지면서 유동성이 유입됐다.


넉넉한 투자수요에 힘입어 회사채 최대 발행액 기록도 올 상반기 새롭게 세워졌다. SK하이닉스(AA0)가 지난 2월 1조3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면서다. 종전 최대 발행액 기록은 지난 2021년 LG화학이 세운 1조2000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는 ▲3년물 4300억원 ▲5년물 7800억원 ▲7년물 1000억원 ▲10년물 800억원으로 트렌치(trenche)를 나눠 발행했다. 대규모 발행에도 금리는 각 만기의 개별민평금리 대비 2~30bp(1bp=0.01%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은 수요만 뒷받침되면 발행은 따라오게 돼 있다"며 "올해도 한국전력이 10조원 이상의 채권(한전채) 발행을 이어간 데다가 미국 지역은행 파산 등의 굵직한 변수가 있었지만, 기관투자가들의 투심이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회사채 시장이 줄곧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 경기침체 우려에 '선별적 투자' 뚜렷…기업 자금조달 희비 엇갈려


올 상반기 투자수요는 무차별적인 매수세가 아닌, 선별적 투자 기조가 두드러졌다. 거듭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실적 악화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심이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적자 전환한 효성화학(A-)이 지난 1월 공모시장에 나서면서 올해 첫 미매각 사례를 기록했고, 지난 2020년부터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GS엔텍은 GS글로벌의 지급보증을 받아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모집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HL D&I(BBB+) ▲한국토지신탁(A-) ▲한신공영(BBB+/BBB0) ▲신세계건설(A0) ▲KCC건설(A-) ▲한양(BBB+) 등이 줄줄이 미매각에 처했다. 증권사 중에서도 현대차증권(AA-)이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이 외에도 JTBC(BBB0/BBB-), 삼척블루파워(A+), 콘텐트리중앙(BBB0), 쌍용C&E(A0), 동화기업(A-) 등이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는 비교적 신용등급이 낮은 A급 이하 발행사들도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진 곳들을 중심으로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둔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대한항공(BBB+)은 지난 4월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대비 4배에 육박하는 매수주문을 받은 바 있다. 대한항공의 발행금리는 ▲2년물 4.949% ▲3년물 5.075% 수준으로, 신용등급이 1노치(notch) 높은 A-의 당시 등급민평금리보다도 낮게 형성됐다.


공모시장에서 외면을 받은 기업들은 사모시장으로 자금조달 선택지를 바꿨다. 특히 건설사들의 고금리 사모채 발행이 줄을 이었다. 시공능력평가 6위인 대우건설도 지난 2월 200억원 규모 조달을 위해 사모시장을 찾았다. 1년 만기였지만 금리는 7.2%에 달했다. 이수건설은 1월부터 4월까지 매달 사모채를 발행해 8.7%~9% 금리로 총 460억원을 조달했다. 동부건설은 올 3월, 5월, 6월에 걸쳐 총 190억원 규모 사모조달에 나섰다. 이 중 동부건설의 3월 발행 당시 1년 만기 사모채 발행금리는 1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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