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이랜드리테일이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틈새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SPA 브랜드와 편의점 등 이미 포화에 이른 시장에 초저가와 하이브리드 사업 모델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틈새를 공략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이유'를 만들겠다는 게 이랜드의 목표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초저가 유통형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NC베이직'을 확장 론칭했다. NC베이직은 이랜드리테일이 2023년 9월부터 테스트를 진행해 온 브랜드다.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고 지난 1일 NC백화점 송파점에 총 130여개 상품을 갖춘 매장을 열며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미 SPA 브랜드는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스파오를 비롯해 탑텐, 유니클로 등 국내외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장이다. 이곳에서 NC베이직은 기존 SPA 브랜드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웠다. 그룹 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파오는 외부 유통 채널을 통해, NC베이직은 자사 유통망을 통해 유통하기 때문에 시장 또한 겹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NC베이직의 인기 상품인 데님 가격은 1만9900원, 2만9900원으로 토종·글로벌 SPA브랜드 데님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유니클로가 2006년 국내에 데님을 2만9900원에 판 것을 감안하면, 유니클로의 20년 전 가격인 것이다. 데님 외 전체 상품의 약 80%도 3만원대 이하로 구성했다.
유독 NC베이직의 가격이 낮은 이유는 이랜드리테일이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단계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리테일은 디자인과 생산을 외주에 맡기는 다른 유통사와 달리 중국과 방글라데시 등에 퍼져있는 자사 소싱 지사와 생산 공장을 활용해 가격을 낮췄다. 판매 매장 또한 이랜드리테일 기존 유통망을 활용하면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중간 마진을 모두 덜어냈다.
사업 규모는 작지만 킴스편의점도 새로운 사업 모델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소비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1~2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은 유일하게 성장을 거듭했다. 다만 편의점 시장 역시 전국 매장이 5만개 이상에 이르는 등 포화 상태다. 포화상태에 이른 편의점 시장에 이랜드리테일은 기존 편의점보다는 식료품이 더 많고, 슈퍼마켓보다는 규모가 작은 킴스편의점을 통해 틈새 공략에 나섰다.
업계에선 '킴스편의점'을 두고 신종 돌연변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서다. 한 시장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인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경우 오전 10시 이전 개장 금지 같은 영업제한 규제를 받는데 킴스편의점은 SSM이 아니라서 이 규제를 안 받는다"며 "또 24시간 영업을 하지도 않아 편의점 자율규약에서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규제 피하기 논란을 의식했는지 이랜드리테일은 가맹사업 본격 확대에 대해선 "아직 검토 중"이라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기반 준비는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랜드리테일은 총 5개 킴스편의점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1년 이상 1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가맹사업자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가맹사업 확대 검토와 동시에 편의점 업계가 자율규제를 위해 만든 편의점산업협회 가입도 검토하고 있다.
그 밖에 이랜드리테일은 킴스클럽 내에서 이랜드의 레스토랑 뷔페 '애슐리퀸즈'의 대표 메뉴를 델리(즉석조리식품) 형태로 선보이고 미국식 의류 할인점인 오프프라이스스토어(OPR) 형태를 차용한 브랜드인 '엔씨픽스'를 확대하는 등 기존 오프라인 매장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업 역시 다각도도 추진 중이다.
이랜드리테일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건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나이스신용평가 이랜드리테일의 기업 신용도를 평가하며 제출 받은 실적을 보면 이 회사의 작년 3분기 말 EBITA(에비타·상각전영업이익)는 117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연간 실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2023년 이랜드리테일이 2003억원의 에비타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분기당 평균 에비타 흑자는 2023년 500억원 수준에서 2024년에는 393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2024년 1~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 역시 1040억원으로 2020년 코로나 시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나신평을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환하며 "온라인 소비 증가 외에도 도심 내 대규모 쇼핑몰 신규 개점, 경쟁 대형마트의 리뉴얼 등으로 인한 회사 매장의 고객집객력 저하 우려 또한 상존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회사의 영업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2022년 마트와 패션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며 각 사업부문이 전문성을 갖추게 됐고 전문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발굴했다"라며 "오프라인 유통을 찾을 이유를 만들기 위해 여러 사업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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